한마디면 충분하다
장문정
시간당 수백억 매출을 올려주는 남자, 이 세상 모든 상품에 꼭 맞는 '언어'를 다듬고 만들어 마케팅에 제트엔진을 달아주는 남자. 상품에 혼(魂)을 불어넣는 설득 언어의 마술사. 20만 독자를 열광시킨 기획?마케팅?세일즈의 베스트셀러 <팔지 마라, 사게 하라>의 저자 장문정이 <한마디면 충분하다>로 더욱 강력하게 돌아왔다.
<한마디면 충분하다>는 고객과 소비자의 눈과 귀를 쉴 틈 없이 공략하는 말들의 각개전투장인 비즈니스 세계에서 기선을 제압하고 승기를 잡는 '설득언어 포장기술'을 완벽하게 소개한다. "컨셉부터 네이밍, 기발한 카피에서 꽂히는 멘트까지"라는 부제에서 짐작되듯이 이 책은 마케팅.세일즈뿐만 아니라 귀에 쏙 들어오고 뇌리에 각인되는 상품 기획과 컨셉에 필요한 노하우까지 남김없이 알려준다.
책속에서
70억이 넘는 인구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모든 상품엔 고유의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 당신의 상품 이미지는 무엇인가? 상품에서는 도플갱어가 다반사로 일어난다. ‘이거 어디서 본 듯한데’라고 생각한 적이 많지 않은가. 자기 상품의 전면에서 나만의 이미지를 선언해야 그것이 그 상품의 얼굴이 된다. 이미지는 그 상품의 얼굴마담이다.
한번은 기업 강의를 희망하는 지망생 4명에게 15분씩 강의를 맡겼다. 1분간은 자기소개를 했는데 처음 2명에게는 이 분야의 전문가라며 당당하게 자신감을 피력하게 했다. 뒤의 2명에게는 “제가 배우는 입장이지만”, “제가 아는 건 별로 없지만”, “제가 지금 배우는 입장이라 저도 부족합니다만” 하면서 소극적으로 자기소개를 하게 했다. 그런 다음 PT를 경청한 청중에게 설문조사를 하자 후자가 전자보다 아마추어라고 답했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생각은 내 의도대로 조정이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이미지선언기술이다. 이는 먼저 이미지를 선언하면 실제 상태나 본 모습과 상관없이 사람들이 선언한 그대로를 믿는 심리를 말한다. 일종의 공개선언 효과(Public Commitment Effect)로 ‘A는 곧 B다’라고 선언하면 대중은 의심 없이 A를 B로 받아들인다. C거나 D일 수도 있지만 이미지를 선언한 까닭에 소비자는 심리적으로 그대로 믿는다. 예를 들면 교보생명의 ‘인생의 비바람을 닦아주는 생명보험은 손수건입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하는 생명보험은 평생지기입니다’, ‘온 가족을 든든하게 하는 생명보험은 밥상입니다’ 같은 문구가 이미지선언이다.
네트워크 마케팅 판매회사 하이리빙에서 레이저 치료기 상품의 세일즈 방법을 문의했는데 상품 기술서를 보니 효능이 족히 50개는 되어 보였다. 이대로라면 병원이 필요 없겠다 싶었다. 상품의 특징은 간결하고 단순하게 드러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특징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은 최악이다. 이것은 오히려 고객을 다 놓치는 결과만 낳는다. 예를 들어 생선가게에서 오늘은 고등어도 좋고 꽁치도 좋고 갈치도 좋고 하면서 죽죽 늘어놓으면 고객은 그냥 휙 지나가버린다. 과감히 생략하고 딱 한 놈만 찍어서 내세워야 한다.
“오늘 삼치는 진짜 끝내줍니다~!”
신기술을 적용한 뚝배기를 광고하면서 5중 바닥 코팅이 어쩌고 소재가 저쩌고 하면 망한다. 그냥 한마디로 ‘세제 흡수 No!’ 하는 식이어야 한다. 특히 신문에 전면광고를 할 때는 큼지막한 문장 한 줄이 기본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때 마침표는 제거한다. 마침표 하나도 지저분하게 가독성을 방해하고 눈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조사도 어지간하면 뺀다. 이를테면 마트 전단지는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 ‘특별 혜택’으로 광고한다. 2015년 6월 오비맥주는 OB 브랜드를 ‘더 프리미어 OB’에서 ‘프리미어 OB’로 바꿨다. 하나라도 줄인 거다.
수학에 소거법이 있는데 이것은 5개의 선택지 중 틀린 것을 하나씩 제거해 마지막에 남는 것을 답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광고에서도 소거법을 많이 이용한다. 전체 광고 카피를 만든 다음 불필요한 것을 하나씩 제거해 마지막에 굉장히 단순화한 메시지만 전달하는 것이다.
많은 세일즈 관련 책이 일단 상대의 말을 인정해준 다음 자기 논리를 펴라고 조언한다. 즉, “그 말씀도 맞지만” 하는 식으로 응답하라는 얘기인데 이건 옳지 않다. 모호하게 말하거나 이도저도 아닌 말투는 상대를 더 혼란스럽게 해서 오해를 낳을 수 있고 논조를 흐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말의 형식에 패배주의가 묻어나는 것은 참아도 말의 논조가 흐릿한 것은 견디지 못한다.
어느 대통령은 화법이 모호해서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다, 이것도 옳을 수 있고 저것도 맞을 수 있고 하는 식의 말은 아웃이다. 특히 상대의 핵심 질문에는 머뭇거리면 안 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선팅이 너무 진하면 불법이 아닌가요?”라고 물으면 기다렸다는 듯 단언한다.
“걱정 마세요! 평생 선팅을 해왔는데 선팅이 짙다고 단속받은 사례가 있으면 가게를 접겠습니다!”
또한 이불이 너무 비싸다고 투덜거리면 강하게 받아친다.
“천만에요. 침구는 제2의 피부입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도 인생의 3분의 1을 붙어 지내지 않지만 침구는 그렇게 합니다. 결코 비싼 게 아니지요.”
길을 갈 때는 직선으로 가는 것이 가장 신속 정확하다. 말도 때론 직선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빙빙 돌리거나 한번 생각한 뒤에야 알아듣게 말하는 것은 영업 현장 매뉴얼로는 꽝이다.
단언기술은 상대의 논리를 빠르게 뒤집을 때도 좋다. 한 부동산 투자자가 “강남은 집값만 비싸지 휴식 공간이 없어요”라고 투덜댔다. 나는 정면으로 응수했다.
“천만에요! 강남구에만 100개의 공원이 있습니다(정확히 말하면 96개).”
돌직구식으로 두괄식 반대급부 선언을 하면 상대는 더 이상 반박하지 못한다. 만약 박물관에나 모셔놓을 법한 구닥다리 물건을 파는 이가 있다고 해보자. 누군가가 묻는다.
“무슨 일을 하세요?”
“지포라이터를 팝니다.”
“요즘에도 그런 것을 사는 사람이 있나요?”
이때 가장 좋은 답변은 이것이다.
“그럼요! 없어서 못 팝니다.”
광화문에 유명한 삼계탕집이 있는데 평소에 여기서 삼계탕을 먹으려면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럼 경기가 어려워질 경우에는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한 시간이다. 이는 사람들이 불황일수록 돈을 더 가치 있게 사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주머니가 두둑할 때는 아무 데나 돈을 써도 무방하므로 가치에 둔감하다. 반대로 주머니가 얇아지면 돈을 한 번 써도 제대로 가치 있게 쓰려고 한다.
말로 먹고사는 우리는 말에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말로써 숨은 가치를 꺼내 보여주면 숨어 있던 고객의 구매욕이 솟아오른다. 예를 들어 헤어스프레이를 구체적 특징부터 시작해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최종가치까지 서서히 끌어올려보자.
- 구체적 특징: 펌프형이다. 적절한 양을 분사한다.
- 기능적 편익: 머리카락을 단단히 고정해준다.
- 심리적 편익: 원하는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 수단적 가치: 남들 앞에서 돋보이도록 매력을 높여준다.
→ 최종가치: 나 자신이 멋져 보여 마음에 든다. 어디를 가도 당당한 내 모습에 자존감이 살아난다.
이처럼 단계를 밟으면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분사형이라는 특징이 아니라 최종가치를 누리는 일임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보청기의 가치는 무엇인가?
- 팩트(성능): 1초당 100회 주변의 소리 탐색
- 중간가치: 대화 이해도 30% 향상
→ 최종가치: 삶의 활력
오티콘 보청기를 성능으로 팔려면 ‘1초당 100회 주변의 소리 탐색’으로, 가치로 팔려면 중간가치는 ‘대화 이해도 30% 향상’으로 최종가치는 ‘삶의 활력’으로 해야 한다. 그렇다면 영어의 가치는 무엇일까? 기술적 나열은 알파벳의 조합이지만 우리는 영어를 가치로 팔아야 한다. 부모에게 영어란 ‘영원한 동경’이고 아이에게는 ‘세상을 보는 창’이라 할 수 있다.
호빵이나 송편, 만두는 깨물기 전에는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다가 딱 깨물었을 때 자기가 좋아하는 맛이 들어 있으면 괜히 횡재한 듯한 기분이 든다. 이처럼 상품을 일일이 깨물어볼 수는 없으므로 속을 열었을 때 대단한 것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과자는 인스턴트 식품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히스토리를 밝히면 인식이 달라지는데 오리온 초코파이는 5일간 숙성시킨 다음 출고되며 해태제과 맛동산은 반죽을 20시간 동안 숙성시킨다. 마켓오 리얼브라우니는 초콜릿을 8주간 숙성시켜서 맛이 진하고 식감도 쫀득해지게 한다. 마치 오래 발효하여 깊은 맛을 내는 슬로우푸드라는 인식을 준다.
새우깡은 겉봉투 뒷면에 한 봉투당 생새우가 네 마리나 들어 있다고 써놨다. 물론 손바닥만 한 새우인지, 아니면 멸치만 한 새우인지 밝히지 않고 네 마리가 들어 있다고 하니 조금 논리가 어설프긴 하지만 소비자는 밀가루 과자가 아닌 해산물을 먹는 것으로 인식한다. 오리온 포카칩은 그동안 포카칩에 들어간 감자만 18억 개라고 밝혀 역시 과자 따위가 아닌 농산물을 먹는 것이라는 인식을 준다.
단순히 무엇이 오래되었다고 말하기보다 말의 맛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중앙고속은 고속버스 중 가장 오래된 곳입니다”라는 설명은 밍밍하다. 그보다는 “중앙고속은 1971년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설립됐습니다. 당신이 경부선을 타고 달릴 때 중앙고속이 그 길과 역사를 함께했음을 잊지 말아주세요” 하는 것이 낫다. “인산죽염은 좋습니다”보다 “화학적으로 만든 정제염보다 자연의 바다에서 얻은 천일염이 좋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천일염 간수를 1년 동안 빼면 맛이 쓰고 2년간 빼면 제 맛이 나고 3년간 빼면 달다고 합니다. 3년 된 천일염을 소나무 장작불에 아홉 번 구운 후에야 비로소 탄생하는 것이 인산죽염입니다”라고 히스토리를 밝혀야 품격이 상승한다.
세일즈맨의 흔한 오류 중 하나가 “사야 합니다”라고 자신이 서술형으로 결론을 짓는 자세다. 상대를 내 의도대로 설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 혼자 결론을 내리는 것은 혼자 마음속으로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격이다. 상대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데 나 혼자 신이 난 거다. 구매 욕구는 고객 스스로 내적동기를 심어야 발동하므로 비록 내 결론이지만 고객이 스스로 내리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2단계를 밟아야 한다.
1단계 : 목표로 하는 결론을 정하고 거기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머릿속으로 꾸준히 연상하게 한다.
2단계 : 목표점에 도달하면 세일즈맨이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동의를 구해 고객 스스로 결론을 답하게 한다.
내 주장의 결론을 관철시키자면 과정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연상 과정이다. 내가 목표로 하는 결론까지 계속 연상을 이어가야 한다. 한 계단씩 올라 목표까지 상대의 머릿속을 서서히 점령한 다음, 상대에게 질문을 던져 스스로 결론을 답하게 해야 한다. 모든 것을 끝까지 다 설명하려 하지 마라. 최소한 결론만큼은 고객 스스로 내리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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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설득하는 법 1가지
우리는 살면서 상대를 설득해야할 상황을 마주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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