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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자기합리화의 힘 - 이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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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합리화의 힘

이승민

“자책과 후회라는 비를 맞고 서 있는 초라한 내 영혼에 건네는 다정한 우산”
너무 많이, 지나치게 자주 아파하는 나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 자기합리화


감정적인 상처와 육체적인 한계, 사회적인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에서 고통은 감내해야만 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최소한의 방어막도 없이 모든 화살을 맞아내며 고통을 참는 것은 잘못됐다. 스스로의 부족하고 가녀린 부분을 조용히 감싸주고 안아주는 일, 그로 인해 내 삶의 값어치를 더 높게 쳐주는 일, 그것이 바로 자기합리화다. 이 책은 습관적인 자책보다는 ‘자기합리화’라는 방어와 수비를 통해 더 나은 나를 만드는 지름길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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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벌에게 쏘이지 않기 위해 몸을 움츠리고 눈을 질끈 감는 것은 의식적인 명령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동이 아니다.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 고민과 자책, 자기비난과 미움, 화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항상 의식적?무의식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몸을 보호하는 것보다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막이 더 자주 발생하는 것은 자명하다. 크든 작든 마음을 다치게 하는 일들에 너무나 자주 노출되기 때문이다. 벌이 쫒아오거나 개가 위협적으로 짖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타인에게 마음을 다치거나 나 스스로 실망하게 되는 일들은 너무나 자주 일어난다.

사람은 자신의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불행한 환경에서 자란 것은 개인의 허물이 아니다. 영화 〈굿 윌 헌팅〉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불행한 반항아 맷 데이먼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야(It’s not your fault)”라고 토닥이며 그의 마음을 연다. “그건 너의 탓이 아니야. 넌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어. 그건 너의 부모, 너의 환경, 너의 상황 탓이지 너의 잘못은 없어. 그러니 스스로를 자책하지 마라. 넌 그렇게 가치 없는 사람이 아니다.” 부모의 허물과 스스로의 자존을 분리시킬 수 있도록 도왔던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토닥임이 필요하다. 일과 가정,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에서 우리는 소소한 실수와 불능, 자책에 엉킨 삶을 살아간다. 해야 할 일을 잘하지 못하고, 괜히 남들과 비교되고, 스스로 못났다는 생각이 들 때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토닥이는 말 한마디의 존재감이 얼마나 크겠는가. 하지만 항상 나를 따라다니며 내가 상심할 때마다 위로를 건네줄 존재가 우리 주변에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런 달콤한 위로를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고, 그 위로의 레시피는 바로 합리화이다.

힘든 상황을 힘들지 않은 상황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모여, 나중에는 이 상황을 ‘좋은 상황’으로 여길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좋은 합리화를 자주 하려는 노력이 나중에는 긍정적 사고를 만든다.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라는 막연한 말보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해야 덜 힘들까요?” 이야기해주는 것이 우울한 사람들에게 훨씬 현실적이고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긍정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네가 힘든 생각에서만 벗어난다면 좋겠어.” 힘든 당신에게는 이러한 말이 더 어울린다.

누군가를 탓하는 것을 좋은 합리화라 칭하기는 어렵긴 하지만, 가끔은 남 탓을 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항상 나를 구박하고 무시하는 팀장 때문에 직장생활에 괴로움을 느낄 때,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이유를 나에게서만 찾는 것도 곤란한 문제이다. 평판이 형편없는, 인간성 제로의 팀장일 수도 있다. 팀장에게 “너는 이런저런 게 문제야. 네가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어” 무시와 면박을 당하는 사람이 그 면박의 이유를 본인에게서만 찾는다면 쉽사리 자기비하와 우울에 빠지게 된다. 사실 상대방이 문제인데 정작 욕은 내가 먹는 경우가 우리 주위에는 허다하다. 특히 위계질서가 중요한 직장이나 학교, 군대 같은 곳에서 이런 문제는 더 커진다.

세상은 여우인 당신에게 원숭이나 기린이 될 것을 요구한다. 포도를 따먹을 수 있는 키를 갖추고 태어나든가, 아니면 열심히 노력해서 나무를 잘 타기를 바란다. 태생이 안 되면 노력이라도 해서 타고난 핸디캡을 극복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여우는, 기린도 될 수 없고 원숭이도 될 수 없다. 여우가 여우인 것을 가지고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 우리가 합리화를 해야 하는 이유는, 가끔은 세상이 우리에게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면서도 감히 저항하지 못한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남들도 똑같이 불합리를 견디며 살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토록 가학적인 세상에서 우리는 수많은 상처와 스트레스의 가능성 속에 놓여 있다. 언제 비난받고 공격당할지 모른다. 세상이 나를 부당하게 공격하는 거라면, 굳이 나도 도덕적인 잣대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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