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공부, 독서로 시작해 글쓰기로 끝내라
김성효
2015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읽기 점수를 분석하면 대한민국 중?고등학생 3명 중 한 명이 교과서를 읽지 못한다.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우리 성인의 40퍼센트가 일 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한국은 문자 해독률은 높지만 문맥을 이해하는 능력은 OECD 평균 이하다. 읽지 못하니 쓰기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난독과 난서의 시대에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해답은 학습 습관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시기의 지속적이고 올바른 독서와 글쓰기 교육에 있다. 그러나 이때 아이들이 익혀야 할 독서, 글쓰기 같은 진짜 공부는 당장 결과가 눈에 띄는 영어나 수학보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 보인다. 문제는 중학교부터이다. 중학교에서 실시하는 과정 중심 수행평가는 학생들에게 과목마다 관찰, 비평, 토론, 논술, 에세이 등의 글쓰기를 요구한다. 초등학교 때 충분히 읽고 써보지 않았다면 제대로 소화하기 힘들기에, 초등학교 때 공부를 곧잘 하던 아이도 공부를 포기하기 쉽다.
이에 전라북도교육청 김성효 장학사는 이 책을 통해 가정과 교실에서 모두 가능하며 현실적이고 지속적인 독서와 글쓰기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16년간 자신만의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독서와 글쓰기 교육을 통해 수많은 아이들을 잘 읽고 잘 쓰는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로 성장시켜 왔다. 이 책은 검증되고 실질적인 교육법과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통해 ‘왜 읽고 쓰기가 필요한지’부터 ‘어떻게 독서와 글쓰기가 완성되어 가는지’까지 생생하게 들려준다.
책속에서
책을 읽으면 우리 뇌가 진화한다
_ <1장 읽기, 제대로 알고 시작하자> 중에서
우리 뇌는 수많은 신경다발이 서로 연결될 때 비로소 능력을 발휘합니다. 아이의 뇌도 협력하고 보완하여 어려운 일을 함께 해결하면서 발달합니다. 책을 읽으면 뇌가 광범위하게 활성화되면서 뇌 영역 일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읽기 과제를 해냅니다. 게임하기, 만화책 보기가 일부 영역만 활성화되는 것과는 달리 여러 영역을 가동하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거나 독서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 뇌는 책을 읽는 동안 아주 복잡한 일들을 동시에 수행해야 합니다. 아무 언어적 정보가 없는 음악이라면 모를까 의미를 담은 노래 가사가 있는 경우에 뇌는 그 의미를 해석하느라 주의집중을 분산하고 맙니다.
따라서 시각적으로 주의집중이 흐트러지지 않는 환경이나 청각적으로 다른 언어 정보에 방해받지 않는 환경에서 책을 읽는 게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글자는 아는데 책을 더듬거리면서 읽어요
_ <3장 독서 수준별 솔루션 2단계 읽기 이해력 기르기> 중에서
글자를 더듬거리면서 읽느라 해독이 잘 안 되면 글에 끝까지 집중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의지는 에너지와 같아서 앞에서 많이 쓰면 뒤에선 바닥이 나 버립니다. 집중이 흐트러지면 책을 읽으면서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책 읽기를 싫어하게 됩니다.
읽기가 유창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리 내서 읽는 것입니다. 우리는 뇌가 많이 들으면 많이 들을수록 더 많은 어휘를 저장한다는 것을 앞에서 이미 다양한 연구로 살펴봤습니다.
부모가 읽어주는 것이든 아이 스스로 소리 내서 읽은 것이든 책을 읽으면서 들은 음성 언어는 언어 경험으로 차곡차곡 쌓입니다.
어휘력이 좋아진 아이는 낯선 단어가 나와도 과거의 언어 경험으로 유추하면서 읽기 때문에 더듬거리지 않고 읽게 됩니다. 해독이 쉬우면 독해도 쉽습니다. 책 읽기가 쉬워지면 아이는 더 많은 책을 찾습니다. 이것이 독서의 선순환입니다.
쉬운 글을 반복해서 낭독하면 읽기가 빠르게 유창해집니다. 읽기가 유창해지면 내용에 더 잘 집중합니다. 집중력과 의지력을 오로지 독해에만 쓰기 때문에 독해도 더 잘할 수 있습니다.
남자아이, 어떻게 해야 책을 좋아하게 될까
_ <4장 독서 수준별 솔루션 3단계 다양하게 읽기> 중에서
책을 안 읽는 남자아이에게 책을 권할 때는 좋아하는 분야와 관련된 책을 주세요. 아이가 곤충을 좋아하면 곤충 책이나 곤충을 연구한 위인 이야기, 곤충이 주인공인 동화책, 곤충을 소재로 쓴 동시집 등을 읽게 합니다. 아이가 책과 친해지면 서서히 다른 분야로 관심을 넓혀갑니다.
전에 야구를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책은 한 권도 안 읽는데, 야구는 어찌나 좋아하는지 야구공 실밥 개수가 몇 개인지 알 정도였습니다. 야구를 너무 좋아해서 야구와 관련된 것은 모조리 외웠다고 하더군요.
아이에게 야구 선수 장훈에 대한 이야기 책을 추천했습니다. 아이는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읽었습니다. 아이는 이어서 베이브 루스 이야기를 읽었고, 박찬호 선수 이야기도 읽었습니다. 그렇게 야구에 관련된 책을 찾아서 읽더니, 나중에는 스포츠 분야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과 친해진 다음에는 다른 분야 책도 읽었습니다.
초등 글쓰기 십계명
_ <6장 초등 글쓰기, 왜 해야 할까> 중에서
1. 삶을 가꾸는 글쓰기에서 삶을 바꾸는 글쓰기로 나아간다
2. 솔직하게 써도 된다
3. 선한 글쓰기로 세상을 이롭게 하자
4. 아이들은 작가다
5. 글은 쓴 사람이 고쳐야 자연스럽다
6. 글쓰기에는 논술만 있는 게 아니다
7. 관찰과 조사는 글쓰기의 바탕이다
8. 읽은 만큼 써야 글이 는다
9. 입말로 쓴 글이 좋다
10. 잘 쓰려면 함께 쓰자
7. 관찰과 조사는 글쓰기의 바탕이다
관찰은 초등학생이 글쓰기를 연습하기에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사물 하나를 정해서 자세하게 보고, 본 대로 쓰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이 가장 잘하는 솔직하고 진실한 글을 쓰는 방법입니다.
관찰은 글을 쓰기 위한 토대를 다지는 일입니다. 관찰은 본 대로 느낀 대로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쓸 수 있는 기초 훈련이 되어줍니다. 가정에서 작은 식물을 하나 기르면서 변화 과정을 관찰하고 글로 쓰게 하면 아이들이 사물을 세심하게 바라보는 눈이 길러집니다.
관찰과 함께 조사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자료 조사는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한 필수 코스입니다. 궁금한 것을 찾아보고 궁리하는 태도는 글쓰기와 공부의 밑거름이 됩니다. 더 알아보고 싶은 것을 조사하고, 알아낸 것을 글로 쓰면서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주세요.
글쓰기는 시작이 반이다: 나만의 첫말 쓰기
_ <8장 초등 글쓰기의 원리를 찾아서> 중에서
아이에게 글쓰기가 왜 어려운지 물어보면 대부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쓰는 겁니다. 잘 쓰려 하지 말고, 멋있게 쓰려 하지 말고 그냥 쓰는 것입니다. 잘못 쓴 문장은 언제든 고칠 수 있지만 시작을 안 하면 고칠 문장도 없습니다.
글을 시작하는 익숙한 첫말이 있으면 시작이 쉽습니다.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유진이는 글을 ‘오늘은’, ‘나는’으로 시작하곤 했습니다. ‘오늘은 엄마와 ~’, ‘나는 학교에서~’ 같은 식이었습니다. 일기를 쓰라고 하면 휘리릭 쓰고 놀러 나갔습니다. 유진이처럼 시작을 어려워하지 않아야 글쓰기도 쉽게 배웁니다.
‘오늘’이나 ‘나는’은 쓰면 안 된다고 하는 분도 있지만 익숙한 첫말로 시작부터 하고 나중에 고치는 게 낫습니다. 유진이가 3학년 때 쓴 일기에는 ‘나는’도 없고 ‘오늘’도 없습니다. 글쓰기에 익숙해지면 ‘오늘’이나 ‘나는’ 같은 단어도 자연스레 사라집니다.
연꽃기법으로 독후감 쓰기
_ <10장 긴 글쓰기에 도전하자> 중에서
저는 학생들에게 책을 읽을 때마다 황금 문장을 찾는 걸 가르쳤습니다. 황금 문장 찾기를 연습해 두면 다른 모든 글에서 핵심이 되는 문장을 짚어낼 수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어떤 글을 읽어도 주제 문장과 뒷받침 문장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유진이가 랜드마크가 되는 어떤 지점을 정해두고 길을 기억하듯이, 독자도 황금 문장을 찾아서 작가의 생각과 의도를 짐작해 보는 것이 독후감 쓰기의 시작입니다.
이는 소설이나 창작동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글이든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있습니다. 작가는 그 주제를 깊이 다룬 부분에 힘을 쏟아붓기 때문에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는지 말해 보는 지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문장이나 주인공의 대사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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