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

자본주의 이해하기 - 새뮤얼 보울스,프랭크 루스벨트(Frank Roosevelt),리처드 에드워즈(Richard Edwards)

728x90

자본주의 이해하기

새뮤얼 보울스,프랭크 루스벨트(Frank Roosevelt),리처드 에드워즈(Richard Edwards)

<맨큐의 경제학>등 기존 경제학 교과서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를 포괄하면서도, 최근의 이론적 성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책이다. 자본주의 경제 현상의 변화와 위기를 다루기 어려웠던 기존 교과서들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일종의 대안 교과서다.

경제학의 일반적 주제인 수요와 공급, 시장 경쟁, 인플레이션, 실업 등의 문제를 포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의 엄청난 역동성과 생산성, 인간 행위의 심리적 기초,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논리와 한계, 새로운 지식 시반 경제와 기술 변화, 계급 간의 갈등을 동반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경기 변동…

거시 경제에서 정부 역할의 중요성, 전 지구적 경제통합과 그것이 일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경제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또한 이 책은 시장에서의 경쟁, 기업·정부·국제관계에서의 명령, 자본주의 경제의 영원한 속성인 변화라는 세 가지 차원을 교차시키는 경제 분석서이기도 하다.

신고전경제학과 비판 경제학의 성공적 결합, 경제학과 역사학·정치학·사회학·인류학·행동과학의 결합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자본주의를 넓은 학문적 성과 위에서 접근·분석한다. 다양한 인류학적 실험과 실제 사례들을 풍부하게 활용하고 있다.

책 읽으러 가기

책속에서

1.사람은 본성적으로 이기적인가? : ‘경제적 인간’(호모 에코노미쿠스) 가설 다시 생각하기
아이를 보육 시설에 보내 본 부모라면 아이를 찾으러 가야 하는 시간에 늦어서 교사들에게 불편을 끼친 적이 종종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하이파라는 곳에서는 부모들이 늦게 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보육 시설 여섯 군데를 무작위로 골라 아이를 늦게 찾으러 온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벌금을 물지 않기 위해 부모들이 일찍 왔을까? 놀랍게도 벌금제를 도입한 시설에서 오히려 아이를 늦게 찾으러 오는 부모의 수가 두 배로 증가했다. 게다가 뒤늦게 벌금을 없앴는데도 늦게 찾으러 오는 부모의 수가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실험을 고안했던 경제학자들은 그 결과에 무척 놀랐다. 이들도 다른 대부분의 경제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서만 행동하며,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더라도 개인적인 이득을 추구하며, 자신의 이익과 부합할 때에만 공동체의 도덕적 기준을 받아들이고 준수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벌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의 행동을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험 전에는 늦게 찾으러 오는 행동이 도덕적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로 생각되었지만, 벌금이 부과되자 이런 행동이 시간에 맞추어 아이를 찾으러 가는 것과 늦어서 벌금을 내는 것 사이의 선택의 문제로 간주된 것이다. 즉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모들에게 보육 시설 교사들과의 관계가 시장과 같은 관계(예컨대 아이를 늦게 찾으러 갈 수 있는 권리를 부모들이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선택)임을 알려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일단 벌금제가 도입되고 나면 벌금제를 폐기해도 그 이전 상태로 돌이킬 수 없으며, 벌금의 폐기는 늦게 찾으러 가는 것에 대한 가격을 0원으로 낮추는 것과 같다. 이것이 유명한 하이파 실험이다. ― 본문 68쪽

2. 보이지 않는 손은 자원을 최적으로 분배하는가?
수면병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병하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매년 25만 명 이상이 이 질병으로 고통을 받는다. 이 병은 체체파리에 의해 감염되는데, 뇌에 심각한 손상을 주기 때문에 정신이상을 유발하고, 급기야는 죽음에 이르게 한다. ‘에포르니타인’(efornithine)이라는 치료약이 개발되었는데, 이 약은 아주 효과적이어서 의식불명인 환자도 깨어날 수 있게 할 정도라고 한다. 너무 감사한 나머지 아프리카인들은 이 약을 가리켜 ‘부활의 명약’이라고 부르곤 했다.
환상적인 뉴스라고 생각하는가? 현대 의학의 승리라고 생각하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1990년대부터 에포르니타인이 수면병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약은 양산되지 못했다. 이 약이 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에 초반에 관심을 끌었지만, 암에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사라져 버렸다. 오직 가난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뭔가를 위한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지금 이 약은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사에서 만들고 있는데, 그 이유는 에포르니타인이 여성의 얼굴 털을 제거해 주는 바니카(Vaniqa)라는 크림의 원료로 사용되면서 비로소 시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브리스톨 마이어스사는 여성잡지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 6면에 걸쳐 바니카를 광고하면서 이런 문장을 넣었다. “사랑하는 그이와 얼굴을 맞댈 수 없는 이유가 (그의 수염이 아니라) 당신의 수염 때문이라면, 이제 당신의 얼굴에 아름다움을 가져다줄 때가 된 것입니다.” 여성의 얼굴 털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 필요한 두 달 치 바니카의 가격은 아프리카에서 수면병을 앓아 정신이 이상해지거나 죽을 위험에 있는 사람 한 명을 살릴 만큼 에포르타인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훨씬 비싸다. ― 본문 302쪽

“다른 사람들이 가난하기 때문에 우리가 부자인가?” 이 질문은 가난한 나라들보다 소득수준이 몇 배나 높은 선진국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제기되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질문을 반대로 던져 보자.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향상되려면, 선진국 시민들의 소득을 줄여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먼저, 가난한 나라의 임금이 낮다는 사실은, 생산 비용이 낮으며 부자 나라 사람들에게 재화가 싼 가격에 팔린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유럽, 미국, 그 밖의 선진국 시민들은 신발·의류·바나나 등을 싸게 살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선진국 국민들은 세계 다른 지역의 가난으로부터 이득을 얻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런 상품들이 선진국으로 수입되면 선진국의 소비자들은 이들 가난한 나라에서 만들어진 좀 더 값싼 상품을 살 것이므로, 신발·의류·전기제품·자동차 등을 생산하는 미국이나 유럽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같은 부자 나라의 기업들이 공장을 저임금 국가로 옮기고 자국 내의 공장을 폐쇄하거나,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의료 기록 처리 등과 같은 작업을 저임금 국가에 ‘아웃소싱’한다면 아프리카·아시아·라틴아메리카의 임금이 낮다는 사실은 선진국의 생활수준에 위협이 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서, 어떤 사람들은 값싼 바나나 덕분에 이익을 얻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공장 이전의 위협 때문에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과 소프트웨어 기술자들이,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의 상표를 본다면 그들이 이익도 얻고 손해도 본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그렇듯 간단하지가 않다. ― 본문 487쪽

이 책을 추천한 크리에이터

이 책을 추천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