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마음
김일도
초보 사장에서 중급 사장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실제 사장에게 필요한 경영의 팁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저자는 외식업체 ㈜일도씨패밀리의 김일도 사장. 저자는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당신만 힘든 게 아니에요’라고 토닥이면서, ‘성공한 젊은 사장’ 이면에 있는 자신의 마음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아울러 맛있는 가게에서 ‘또 오고 싶은 가게’로 발돋움한 비결과 현장을 다니며 기록한 ‘사장의 메모’ 등 경험해본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생생한 꿀팁까지 덧붙인다. 자신의 가게를 준비하고 있는 예비 사장이나 현업의 사장은 물론, 외식업계의 종사자들에게 지침서가 될 것이다.
책속에서
손님이 잘 오게 하고, 음식을 잘 내어주고, 돈을 흔쾌히 지불하게 하고, 손님을 잘 보내주고, 잘 정리하고 잘 준비하고, 손님을 다시 오게끔 하는 것. 결국 본질은 겨우 몇 개의 단어일 뿐이었다. 나는 그 단어들을 복잡하게 해석해서 파고들기도 했지만, 단순하게 바라보는 걸 더 잘했던 것 같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사람들이 장사 잘하는 법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젊은 사장의 성공담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특히 기가 막힌 마케팅 기법이나 브랜딩 노하우를 얻고자 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애초에 그런 건 없다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었다.
본질, 손님이 식당에서 맛있게 먹고 가는 이야기들이 쌓이고 쌓이는 게 마케팅이고 브랜딩이라는 사실을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 손님들과 직원들 그리고 식당 사장이라는 관계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에 해답이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내 이야기부터 내놓기로 마음먹었다. 이제껏 일기처럼 하루하루 쌓아온 내 생각, 내 마음을 털어놓기로 했다.
“우리 곱창 안 드셔보셨죠? 여기서 먹어보시면 저 집 못 가는데.”
- “여긴 부추무침 안 주잖아요!” 중에서
“먹어봤는데요?”
“아니, 그런데도 저기로 가신다는 거예요?”
“여긴 부추무침 안 주잖아요!”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했다. 아니, 곱창집을 선택하는 기준이 어떻게 부추무침이 될 수가 있어? 그런데 듣고 보니,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다. 돈가스에 곁들여주던 된장찌개가 너무 맛있어서 그걸 먹으러 돈가스집에 가곤 했던 것이다.
영화가 흥행하려면 주인공 혼자만 잘나고 멋있어서는 안 된다. 외식업도 마찬가지다. 외식업을 한다는 건 연출가는 물론이고 주연과 조연 모두가 힘을 합쳐서 하나의 매력덩어리를 만드는 일이다.
현장에서 손님들을 대하는 사람은 사장이나 관리자가 아니다. 손님과 가장 많이 대면하는 건 알바생이거나 서열이 가장 낮은 직원일 확률이 높다. 전문용어로 MOT라고 한다. ‘Moment Of Truth’, 해석하자면 ‘진실의 순간’이다. 소름 돋는 표현 아닌가.
- ‘개미군집에는 관리자가 없다’ 중에서
한 매장과 브랜드를 대표하는 사람이 ‘알바생’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조직들은 여전히 ‘관리자’ 육성에만 힘을 기울인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기술 발전 덕분에 ‘중간’ 관리자가 소통을 대신해주어야 했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여러 방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중간 관리자들이 떠안은 부담을 줄여주고, 교육도 모두에게 동시다발적으로 ‘공유’해주어야 한다. 현재의방식으로는 관리자가 알 만한 덕목들이 알바생에게까지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
사장도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정해서 그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알을 낳든 집을 짓든 일개미들이 제대로 일할 환경을 만들어주고, 관리자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일개미’들이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씩씩거리며 점검하던 나를 점장이 잠깐 할 말이 있다며 밖으로 불러냈다. 그러더니 나더러 어디 잠시 가 있으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내가? 이 중요한 날? 그것도 이 난장판을 내버려두고?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읽었는지 점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 ‘채용할 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 중에서
“안 그래도 모두 긴장하고 있습니다. 엉망인 것도 알고 어설프다는 것도 알지만 우리 모두가 처음입니다. 어차피 겪어야 할 난장판인데, 사장님도 처음이라 해결사가 될 수 없습니다. 난장판을 수습해야 하는 건 직원들인데, 사장님 눈치 볼 걱정까지 해야 한다면 그나마 보잘것없는 실력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직원들의 입에서 단내가 나던 게 생각났다. 분명 내 입에서도 그 못지않게 냄새가 났을 테지, 다들 긴장하고 속이 타들어가서 잠도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었을 테니까.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건 음식이다. 테이블을 고를 때에도 그릇에 담긴 음식과 잘 어우러질 수 있게 맞추면 되고 조명도 음식을 고려해서 고르면 된다.
- ‘가장 먼저, 음식’ 중에서
그 요소들이 어느 것 하나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도록 적절히 풀어냈을 때 손님들은 편안하게 음식을 먹고 ‘재방문 의사 있음’이라고 총평을 내리는 것이다. 물론 손님들은 조명이나 테이블을 어떻게 골랐는지 알지 못하고 그 적절함을 위한 노력도 모르지만, 음식을 먹다 보면 무의식중에 느껴지게 돼 있다.
기억하자. 결정 앞에서 머뭇거리다 나의 우유부단함만 실감할 때, 처음 생각과 달리 길을 잃고 헤맨다고 느낄 때, 나의 업의 본질이 무엇인지만 되새기면 된다. 그것만 따라가면 된다.
목동 매장 방문 : 조명 체크, 먼지 체크, 모듬쌈 수정
- ‘사장의 메모’ 중에서
조명을 점검했다. 조명이 중간에 이빨 빠지듯 꺼져 있거나 색온도가 다르면 매장 관리가 잘되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먼지. 환풍구 주변과 에어컨 쪽은 먼지가 잘 끼므로 늘 체크해야 한다.
새로운 메뉴는 언제나 부진하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긴 호흡으로 꾸준히 밀어야 한다. 힘이 빠지면 관리도 잘되지 않는다. 일단 서비스를 하루에 6개씩 내라고 했다. 뭔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어야 다른 손님들이 볼 테니까.
직원들의 얼굴을 보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아무것도 오더를 내리지 않았고 그냥 잡담만 했는데도 신기하게 잘 돌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서나서나 하소’ 중에서
매장에 들어서면 무엇을 정비해야 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며 어쩌고저쩌고 ‘관리’를 하는 것보다,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안부를 묻고 관심을 가져주고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점점 깨닫는다.
내 경영의 언어가 그렇게 바뀌어간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 충분히 잘한 거다, 어려운 일 있으면 내게 말해라.
비생산적인 말 같지만, 그런 말이 우리 회사를 건강하게 만든다. 더 튼튼해지고, 더 건실해진다. 경영학과를 나와서 경영에 관한 많은 책을 읽고 배움을 얻으러 다니고 내 일에 적용해보기도 했지만 돌고 돌아서 지금 이 자리로 돌아왔다. 결국 경영이란 건 한 명의 누군가와 진심을 나누는 일이고, 그 마음이 모두에게 전해지는 것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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