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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민감한 사람을 위한 감정 수업 - 캐린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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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사람을 위한 감정 수업

캐린 홀

남들보다 민감하다는 것은 삶의 선물이기도 하고, 또 때론 짐이 되기도 한다. 민감한 사람들이 갖기 마련인 타인에 대한 높은 공감력과 깊은 유대감, 강렬한 기쁨, 뛰어난 직관과 창의력 등은 삶의 질을 높여준다. 그러나 한편, 지나치게 감정적이 된 나머지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힘들 때면 민감한 성격이 무거운 숙제처럼 느껴질 것이다.

따라서 민감성을 삶의 선물로 느끼고 활용하기 위해 우리는 격렬한 감정을 잘 다스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마음을 평온하게 해줄 다양한 방법들의 핵심은 ‘꾸준한 연습’이다. 생각이나 행동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다스릴 수 있을 때 우리의 일상은 한결 편안하고 만족스럽게 변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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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으로 예민하다는 것은 삶의 선물이 되기도 하고 짐이 되기도 한다. 감정에 압도당할 때가 많다면 예민함을 선물로 생각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예민한 사람들이 갖기 마련인 타인에 대한 따뜻한 마음, 강렬한 기쁨, 깊은 유대감, 자연을 향한 열망 등은 당신의 삶에 의미와 만족감을 더해준다.
따라서 정서적 민감성을 삶의 선물로 느끼고 활용하려면 우리는 격렬한 감정을 잘 다스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불편한 감정에 대처하는 건강한 방법을 익히고, 혼란과 불안 속으로 자신을 더욱 깊숙이 몰아넣는 대신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현명한 행동을 선택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손이 많이 가는 아이를 봐달라는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거나, 당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쓴 소리를 서슴지 않는 친척들을 집에 초대하거나, 공과금을 낼 돈이 없을 정도로 쇼핑을 계속 하거나, 과식을 하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함을 친다면, 당신은 지금 자신의 감정을 현명하게 다스리지 못해 스스로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의미이다.

정서적으로 민감한 사람은 순도 높은 기쁨과 행복, 사랑, 흥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할 뿐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는 한편, 자주 불쾌한 감정을 느끼며 고통스러워 한다.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얼마나 화를 내게 될지, 그 분노가 얼마나 지속될지 스스로도 예측할 수 없다. 차라리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길 바랄 때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큰 두려움은 자신의 정서적 반응으로 중요한 인간관계를 망치는 것이다. 정서적 예민함으로 인해 친구를 잃거나 가족과 등을 지거나 연애 상대를 놓쳤던 경험을 한 사람이 많다. 아마도 다시는 절제력을 잃지 않겠다거나 너무 섣불리 반응하지 않겠다고, 또는 그 횟수를 줄이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분노를 통제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화가 날 때면 공격성을 주체하기 어렵다. 섣불리 판단한 오해 때문에 격렬한 감정에 휩싸여 분노를 표출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말 그대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갈등을 두려워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능력이 부족한 탓에 상대와 오해를 푸는 것이 더욱 힘들다. 그래서 때로는 상대와 연을 끊겠다고 다짐하지만 몇 시간 후에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하는 감정 기복은 특히나 고통스럽다. 자신의 정서적 반응 때문에 친구나 주변 사람을 잃는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아 차라리 혼자 있는 쪽을 택한다.

슬픔과 상처처럼 힘든 감정을 경험하는 이유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다른 사람들은 항상 행복해보이고, 문제가 생기면 빠르고 간단하게 해결하는 것처럼 보인다. TV 속 주인공은 드라마 한 회가 끝날 때쯤이면 어떤 문제든 완벽하게 해결한다. 유명한 책과 영화에서도 등장인물이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공식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 광고에서는 좋은 자동차를 소유하거나, 데오도란트를 사용하면 더욱 행복해질 거라고 말한다. 주변 사람들은 자신의 말만 따르면 분명 당신의 삶이 나아질 거라며 직장을 구해라, 줏대 있게 굴어라, 너무 예민하게 살지 말아라 등등 온갖 조언을 덧붙인다. 당신이 전전긍긍하는 문제를 다른 사람들은 쉽게 극복하는 것처럼 보이고, 당신 스스로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슬픔과 외로움을 느끼는 것을 스스로 한심하게 여기거나 자신이 실패자 혹은 더 나아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저항만 커질 뿐이다.누구나 슬프고, 외롭고, 화가 나고, 상처를 받는다. 현실의 문제란 해결하기 쉽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고, 무언가가 나아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당신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타인과 비교를 하거나 물질적인 것에서 위안을 얻는다면 더욱 끔찍한 상황으로 치달을 뿐이다.

자신이 현재 무엇을 느끼는지 아는 것이 감정 관리에 중요한 생리학적인 근거가 있다. 뇌의 편도체는 비상사태에 맞닥뜨렸을 때 투쟁 도피 반응(긴급한 상황에서 방어나 문제 해결을 위해 신체가 보이는 흥분 및 각성 상태-옮긴이)을 지시한다. 편도체는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 영역이다. 그런데 당신이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일 때 뇌에서 분석과 이성적 사고를 총괄하는 전전두엽 피질이 주도권을 잡는다. 즉, 감정을 제대로 파악할 때 뇌의 브레이크 페달이 활성화되는 것이다(리버만Lieberman, 2006). 전전두엽 피질이 편도체에 진정하라는 신호를 보낸 덕분에 당신은 충동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다.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정확한 이름으로 분류할 때의 이점은 또 있다. 바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리네한, 1993). 가령, 분노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의미일 때가 많다. 하지만 분노라는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우울감으로 잘못 분류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중요한 정보를 놓치게 된다. 문제는 그대로이고, 괴로움만 커지게 될 것이란 뜻이다. 수치심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는 자신이 사실은 무리에서 배제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은 것뿐이라고 치부하기 쉽다. 그래서 사람들에게서 더욱 멀어지고 상황은 점점 악화되기만 한다.
감정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해야 원인도 제대로 찾을 수 있다. 슬픔을 정확히 인지한다면 무슨 일 때문에 자신이 슬픔을 느끼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게 원인을 알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한 고민을 할 수 있고,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수용할 여유도 얻는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어렸을 때부터 ‘네 생각이 틀린 것 같아’, ‘그렇게까지 흥분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등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이런 말을 직접적으로 들은 것 외에도 사람들이 당신을 이런 식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지레짐작하며 힘들어했던 기억 때문에 사소한 비판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누군들 부정적인 비판을 받고 싶은 사람이야 없겠지만,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은 특히나 비판을 고통스러워 한다. 실제든 짐작이든,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가치 판단으로 인해 수치심을 느끼거나 절망적인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심지어 무언가가 ‘좋다’는 식의 긍정적인 가치 판단마저도 문제가 되곤 한다. 무언가가 ‘좋다’는 것은 다른 무언가는 ‘나쁘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즉, 긍정적인 가치 판단은 부정적인 가치 판단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무언가를 자꾸 비교하고자 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어떤 것이든 ‘좋다’, ‘나쁘다’의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이번 장에서는 부정적인 가치 판단을 중점적으로 다루겠지만, 긍정적인 가치 판단 역시 갈등을 일으키는 때가 많다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자기 스스로의 판단은 물론 당신을 향한 타인의 판단, 타인을 향한 당신의 판단을 모두 내려놓을 때 감정의 강도는 낮아진다(리네한, 1993).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것이 아니다. 좋다, 나쁘다의 이분법적 잣대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 상황을 받아들이라는 의미이다. 자신의 판단이 아닌 사실에 집중할 때 비로소 타인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추측, 왜곡된 이야기에 반응하는 안타까운 일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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