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애주가의 고백
다니엘 슈라이버
"당신은 술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습니까?" 이 책은 한 번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독일에서 출간 당시 많은 언론은, '자전적이면서도 각 개인이 숨겨 놨던 술에 대한 내밀한 문제를 통찰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자기 성찰을 통해 핑계와 무지에서 자기 파멸과 인생을 낭비하는 개인으로 연결시키는 문장의 흐름은 고요하면서 강렬하다. 2014년 출간 이후 국내 출간이 이뤄진 현 시점까지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 중인 이 책은, 우리의 잃어버린 시간을 생각나게 한다. 그것은 말 그대로 잃어버린 시간, 술로부터 사라진 우리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거창하게 부풀리거나 과장하지 않아도 저자의 솔직한 경험은 낯설지 않다. 술이란 거의 같은 현상을 낳는다. 아무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던 술의 뒷모습. 단면들. 때론 흥분과 알 수 없는 만족감을 주는 술이 어떻게 인간을 자기 파멸의 공간으로 끌고 들어가는지 두려움까지 들게 한다. 술에 대해 너그럽고 가끔 통제력을 잃지만 그것을 문제 삼고 있지 않은 우리! 독일과 한국의 모습은 술에 대해서만큼은 거의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술은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할 때까지 우리를 놓아 주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일련의 사례와 연구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반드시 해야 할 질문을 던지게 할 것이다.
책속에서
술을 끊으려면 술을 그만 마시는 수밖에 없다.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항상 같다. 술을 마시는 데는 어떠한 심리적 이유도 없다. 누설해야 할 비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술주정뱅이가 술을 마시는 것은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간헐적으로 금주를 실천해 봤지만 스스로 술을 조절할 수 있겠다는 자극을 받은 것 외에 별 이득은 없었다. 장기적으로는 점점 더 술을 마시게 될 뿐이었다. 잠깐의 절주는 통제 능력을 보여 주는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통제력이 상실되는 신호인 것이다.
과음의 책임은 과음한 본인에게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동시에 우리는 우리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코올 문제는 언제나 남의 문제인 것이다.
역사 속에는 멋진 음주의 롤 모델이 가득하다. 내 경우에는 술 마시는 중독된 작가라는 판타지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확실히 새겨 있었다. 하지만 글을 쓰기 위해 굳이 지적인 변명을 길게 늘어놓을 필요는 없었다.
세계암연구기금에서 권유하는 하루 알코올 권장 소비량은, 남성의 경우 와인 한 잔 혹은 맥주 한 병(작은 병으로는 두 병)이며 여성은 그 절반이다. 내 지인 중 한 명은 나를 만날 때마다 자신이 저녁에 결코 반병 이상의 와인을 마시지 않으므로 알코올 문제에 시달릴 일이 없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하지만 로버트코흐연구소(전염병 연구 기관)는 반병에 해당되는 375밀리리터의 와인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이미 과음에 속한다고 단정한다. 어처구니없게 들릴지라도 말이다.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놓고 아이패드를 켜서 어제 일어난 일 중 감사했던 이야기를 다섯 가지 적는다. 그 다섯 가지는 모두 일종의 삶이 내려준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책임져야 하는 일이나 의지력으로 성취한 일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5가지 감사 목록을 찾기가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며칠 지나고 나면 삶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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