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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뉴타입의 시대 - 야마구치 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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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입의 시대

야마구치 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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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컴퓨터 과학자인 앨런 케이가 1972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다이나북(앨런 케이가 제창한 이상적 컴퓨터)의 콘셉트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했던 이미지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보고는 “대단해. 무려 반세기 전에 태블릿 단말기의 등장을 예측했다니!” 하고 감탄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해석이다. 앨런 케이는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런 물건이 있으면 굉장하겠는걸!’ 하는 생각으로 그 이미지를 구체화해서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앨런 케이는 예측이 아니라 구상을 했다.

2015년 다국적 컨설팅 그룹인 딜로이트가 29개국의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퍼센트 이상이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급여나 제품이 아닌 ‘해당 기업이 사업을 하는 목적’을 중시한다고 대답했다. 또한 영국 <가디언>이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높은 연봉을 받기보다는 인류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대답이 44퍼센트, 근무하는 회사가 사회에 공헌할 때 일할 의욕이 커진다는 대답이 36퍼센트로 나타났다. 밀레니얼들이 직업 선택의 기준으로 ‘의미’를 매우 중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구글의 가치관이 경영상의 중대한 의사결정에 기여한 사례가 있다. 바로 미국 국방부와 공동으로 추진했던 프로젝트다. 구글이 미군의 무인항공기 드론의 화상인식 프로젝트에 협력하기로 하자 사내에서 항의 운동이 벌어져 4600명의 직원이 미군과의 협력 중단을 촉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한 데다 사표를 내는 사람도 속출했다. 구글 직원들은 법률이나 업계의 규칙이 아닌, 자발적인 윤리와 도덕규범에 비추어 경영진에게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결국 직원들의 항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구글 경영진은 인공지능을 무기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인 업사이드 리스크와 손실을 입을 가능성인 다운사이드 리스크 의 비대칭성이 있는 직업을 조합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록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데는 그다지 큰 투자가 필요 없다. 기껏해야 자비로 앨범을 내는 정도이며 앨범이 팔리지 않아도 잃는 것은 앨범 제작비 정도다. 즉 다운사이드 리스크가 매우 적다. 반면에 어떤 계기로 앨범이 잘 팔리면 막대한 돈과 명예를 얻는다. 즉 업사이드 리스크가 매우 크다. 이는 업사이드와 다운사이드에서 리스크의 비대칭성이 있다는 의미다. 어느 정도 안정된 직업을 확보해두고서, 어딘가에는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있는 업사이드 리스크를 인생에 설정해두자는 발상이 나심 탈레브가 말하는 ‘바벨 전략’이다.

노력에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핵심은 ‘노력의 층을 쌓아 올리는’ 일이다. 노력에는 층(layer)이 있다. 직장에서 남들보다 배로 노력하는데도 좀처럼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일이 필요로 하는 자질과 본인의 자질이 맞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있다. 이때 그 자리에서 한결같이 애쓰는 ‘레이어1의 노력’을 계속할 수도 있고,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자신에게 어떤 직업이 맞는지를 고민하고 다양한 정보를 모아서 다음 직업을 찾는 ‘레이어2의 노력’을 시작할 수도 있다. 층이 다른 두 가지 노력 중에 앞으로 더욱 요구되는 것은 ‘레이어2의 노력’이다.

지금까지는 ‘경험이 많은가 적은가’를 한 사람의 우수성을 정의하는 중요한 척도로 이용해왔다. 하지만 이제 경험의 유무 또는 다소가 곧 유능함을 증명하는 지표가 되지 않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그 경험에 의존하려는 사람은 올드타입으로서 머지않아 가치를 잃을 것이다. 반면에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상황 속에서 계속 학습하는 인재는 뉴타입으로서 높이 평가받을 것이다. 이른바 ‘언런(unlearn, 과거의 지식과 습관을 모두 잊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이 인재 요건으로 부상한다는 의미다.

이런 시대에 아직도 예측을 토대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올드타입은 환경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는 행동과 대책을 내놓게 된다. 반면에 환경 변화를 앞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뉴타입은 주도권을 잡고 더욱 유연하고 유리하게 일을 처리할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는 대개 날씨처럼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앞서 움직이면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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