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우리 몸은 면역력이 약해지고 기능이 저하되었을 때 이를 정상으로 회복시키려는 ‘항상성’이라는 특성이 있다. 번아웃은 이 생태적 특성인 항상성의 기능, 즉 회복 탄력성이 무너진 상태이다. 쉬어도 재충전이 잘되지 않고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만성화된 상태인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다면, 우리 몸이 지금 내게 전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 누구나 한 번쯤 번아웃이 찾아온다
번아웃 치유 과정에서 주의할 점은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내가 왜 이런 상태가 된 거지?’라며 자책하지 않는 것이다. 복잡한 생각이나 되새김질로 시간을 채우지 않는 것이다. 또 ‘빨리 극복해서 맡은 일도 잘하고 인정받아야지’라는 생각으로 회복을 서둘러서도 안 된다. 조급함은 자신을 몰아세우고 피로하게 만들어 뇌를 쉬지 못하게 한다.
- 왜 열심히 할수록 나를 잃어버릴까
깨닫고 버티며 지나가는 사람이 있고, 모르면서 힘들게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 뿐 우리는 저마다 정서적 탈진의 시기를 겪는다. 다만 그 시기를 짧게 겪느냐, 길게 겪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 자책하면서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 상처를 주지 말자. 나를 돌봐줄 사람은 그 어떤 사람보다 바로 나여야 한다.
-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반복되고 진부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단 1센티미터 벗어난 작은 차이라도 죽어 있던 감각을 깨울 수 있다. 사소한 변화만으로도 뇌의 무료함을 환기하고 부정적인 사고 방향을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된다. 뇌 기능 측면에서 번아웃에 가장 취약한 환경은 매일 똑같은 일을 똑같은 순서로 하는 상동증(stereotypy)이다. 이 경우 매너리즘으로 인해 뇌는 더 이상 도파민이 나오지 않고 자동화 반응으로 인지하고 행동한다. 루틴한 일상에서 이런 상태가 장기화되면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사람들은 사소한 차이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당신이 5년 동안 한결같이 출퇴근한 방식, 10년 동안 한결같이 걸렀던 아침 식사, 20년 동안 취미생활 없이 단조롭게 보낸 휴일 등 지겹도록 똑같은 일상의 루틴에 0.1퍼센트만큼의 변화가 조금씩 쌓인다면 우리는 고인 물의 고착 상태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 일상 루틴에서 살짝 벗어난다는 것
돌이켜보면 번아웃을 겪으면서 잃어버린 것 중 가장 아까운 것은 ‘시간’이다. 번아웃에 빠져 무력감을 겪다 보면 1~2년은 그야말로 훌쩍 가버린다. 보통 2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까지 번아웃에 많이 걸린다. 이 황금 같은 시기 우울감과 비관적인 감정이 소중한 시간을 잠식하며 갉아먹는 것이다. 나는 2017년 1월쯤부터 다음 해 2018년 10월 무렵까지 번아웃에 빠져 있었다. 30대 후반의 그 귀한 시간을 마냥 흘려보낸 것 같아 너무도 아프고 쓰리다. 여행이라도 이곳저곳 실컷 다닐 걸, 연애라도 열심히 할 걸, 정신과 의사로서 혹은 개인으로서 책을 읽지도 운동도 전혀 하지 않고 그저 드러누워 하루가 지나가기를 바랐다. 돈은 다시 벌 수 있고, 잃어버린 경력도 차차 복구할 수 있다. 소원했던 인간관계도 꾸준히 마음을 쏟으면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36살, 37살은 방안에서 흘러가 버렸다.
-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는 시간 안에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성격의 사람들을 만난다. 보통의 사고와 이해 범주로는 수용할 수 없는 성향의 사람 말이다. 인터넷상에 직장인 관련 글을 검색하면 “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이라는 말이 자주 눈에 띈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이 있고, 어느 곳이든 사람들을 괴롭히는 구성원이 일정량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한마디로 우리 직장에도 ‘또라이’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도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러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성격이 이상한 사람들이 버젓이 직장에 잘 다닌다. 정신과 의사로서 안타까운 부분인데, 정작 문제가 있는 사람은 멀쩡히 잘 사는데, 그 사람 때문에 힘든 주위 사람이 정신과에 찾아온다.
-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는 법
인정받고 싶다는 불안과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제 더이상 나를 과대 포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즉 진짜가 아닌 것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수님이나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것, 남들에게 인정받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정직하고 엄격한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친절한 방식은 아니었지만, 그 펠로우는 가르쳐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야 환자에게 정직하고 믿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 상사병上司病에 걸렸지만 퇴사는 안 할 건데요
자신의 우울이나 분노의 대상이 직장과 관련된 사람이거나 또는 가족, 친구일 경우 우리의 대인관계는 큰 위기에 직면한다. 잘 모르는 사람보다 무엇인가를 기대할 만한 가까운 관계에서 실망했을 때 우리는 더 큰 감정의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처럼 직장인이라면 좋든 싫든 매일 회사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해야 한다. 상사, 동료, 부하직원, 고객 등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일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대인관계에서 비롯된 갈등을 완전히 해결하기란 어렵다.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타인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의 인격과 타인의 인격 성향이 상호작용하며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과 충동, 문제들은 해결하기가 무척 어렵다. 하지만 앞의 여러 가지 인격 성향에서 살펴보았듯이, 나와 상대방의 인격 성향에 대해 파악한다면 이전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언행에 대해 조금은 수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 휩쓸리지 않고 나를 잃지 않는 법
퇴사하기 전에 우리는 냉정해져야 한다. 억압과 자유는 종이 한 장 차이다. 회사가 있기에 누릴 수 있는 자유와 안전망도 있다. 월급과 사회적 네트워크, 소속감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직장이 없으면 대출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다. 무작정 퇴사한다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출퇴근이 없는 삶은 휴식과 일의 경계가 없다. 게을러지기 쉽고, 직장과 집의 구분도 없다. 퇴사해서 일이나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잠깐의 착각일 뿐 실제로는 더 자유로워지지 못한다. 평생 일을 안 해도 될 정도로 경제적인 자유가 있으면 퇴사해도 괜찮겠지만, 그렇게 여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애초에 그런 사람은 직장을 그만둘까 말까 하는 고민에 시달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퇴사는 무조건 안 된다는 말도 아니다. 자율성과 안정감 중에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선택하고 따라가면 된다. 다만 회사 밖의 삶은 자유에 따른 또 다른 책임감과 압박을 감내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 오늘도 분투하며 나를 돌보지 않을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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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조금 지쳤다_책 읽는 다락방J
책읽어주는남자 #책읽어주는라디오 #오디오북 #우린조금지쳤다 E: hipuhaha@naver.com [책읽는다락방 J]입니다. 코로나19 소식과 함께 메스컴이나 주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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