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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경제학자의 사생활 - 하노 벡(Hanno B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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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사생활

하노 벡(Hanno Beck)

경제학적 생각법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위한 기술이 될 수 있는지를 특유의 통찰력과 위트 넘치는 문장들로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저자가 말하는 경제학이란 ‘계산기’를 두들겨 숫자를 뽑아내는 ‘돈 계산이’ 아니라 시간, 돈 등 한정된 조건 하에서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실용적 ‘학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우리의 삶 요소요소에서 놓이게 되는 선택의 기로에서 명확하게 답을 제시할 수 있는 게 바로 ‘경제학’이라는 저자는 소소한 일상의 호기심은 물론 ‘무상교육’‘국민연금’‘경제 세계화’등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경제학자로서의 소신을 서술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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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물론 어떤 사람들은 내게 반문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생활이 경제학과 관련이 있다고? 그런 사소한 일들에 전문 경제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내 대답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그렇다!’이다. 이런 사생활 구석구석에서 문득 떠오르는 호기심, 그와 관련된 모든 관찰 하나하나가 경제학자들에게는 훌륭한 도전과제이다. 연구실에서 섬세하게 조각된 경제학 이론을 현실에 적용해보는 완벽한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경제란 바로 일상에서, 자신의 삶에서 최고의 것을 끌어낸다는 뜻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에서 최고의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매순간 결단을 내린다. 5분만 더 침대에 누워 있을까, 아니면 지금 바로 조깅을 하러 나갈까? 커피를 마실까, 차를 마실까? 지하철을 탈까, 택시를 탈까? 지금 직업이 나에게 맞는 걸까, 아니면 전업을 고려해야 할까? 마가린을 살까, 버터를 살까? …… 우리는 이렇게 끝이 없는 선택의 기로에 매번 맞닥뜨린다. 어떤 선택은 쉽지만, 대부분의 선택은 어렵다. 한쪽을 선택한다는 것은 대개 자동적으로 다른 쪽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선택을 앞두고 우리의 고민은 깊어진다. 그런 길고 짧은 고민 끝에 내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데, 그것이 최고의 만족을 이끌어낸다면, 그것이 바로 ‘경제적인’ 선택이고 계산이다.

- 「경제학자에게는 ‘목표’가 없다」 중에서

속물들은 자신들이 사고 싶어 하는 청바지를 할인점에 가면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의를 제기하거나 구입할 물건을 바꾸지 않는다. 왜냐? 그것은‘결함이 있는’제품, 즉 세컨드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계속 의기양양하게 100유로짜리 청바지를 사고, 값이 싸다는 이유로 결함이 있는 B급 청바지를 사 입는 서민들을 슬쩍 비웃는다. 그리고 제조업체는 그런 차이점이 겉으로도 충분히 드러나도록 청바지 뒤쪽 가죽라벨에 크게‘X’자를 찍어, 그 청바지가 세컨드 제품임을 표시한다. 결과적으로 제조업체는 한 가지 제품으로 동시에 두 가지 (가격의) 제품을 만들어낸 셈이다. 비싼 청바지는 퍼스트 제품, 저렴한 청바지는 세컨드 제품. 게다가 이 두 가지는 소비자에 의해서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인식된다. 이로써 제조업체는 100유로짜리 청바지를 구매할 사람들이 모두 저렴한 청바지를 사는 손님으로 돌변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할 필요 없이, 자신들의 청바지에 대해서 각기 다른 두 가지 가격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 「할인매장의 명품 청바지」 중에서

들어맞는 예측을 하는 성공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예측을 많이 하는 것이다. “가능한 한 예측을 많이 하라. 그리고 들어맞은 것 하나만 사람들이 기억하게 하라.” 예측가들이 즐겨 인용하는 옛 지혜다. 예측을 잔뜩 해서 그 가운데 하나가 들어맞을 확률을 높이고, 그렇게 ‘들어맞은’ 예측들을 당신의 예측 능력으로 마케팅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발사대에서 여러 차례 엽총을 쏘고, 그 가운데 과녁에 박힌 탄알만을 골라 당신의 뛰어난 사격술의 증거로 제시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예측이 맞았다고 떠벌리는 몇몇 주식의 대가들에게 지금까지 예측을 몇 가지나 했느냐고 물어보라. 애널리스트가 TV에 나와서 자기가 한 예측이 맞아떨어졌다고 자랑한다고 해서 이제 더 이상 감탄하지 마시라. 애널리스트는 직업상 끊임없이 예측을 해댄다. 그래야 그중 몇 가지라도 들어맞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가 이제껏 얼마나 많은 예측을 했는지 알면 정말 재미있을 것이다.

- 「전문가들의 예측이 늘 빗나가는 이유」 중에서

독일에서는 조직적인 피라미드 게임이 금지돼 있다. 물론 완전히 그런 건 아니어서, 독일에도 다음과 같이 기능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두 번째 세대가 낸 회비에서 첫 번째 세대에게 월급을 지급한다. 그리고 두 번째 세대에게도 월급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다만 그 돈은 그들 다음, 즉 세 번째 세대가 낸 회비에서 나온다. 두 번째 세대의 월급을 다시 지불해줄 새로운 세대의 회비 납부자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된다. 그러다가 회비 납부자의 피라미드가 어느 순간 끝나면, 이 시스템 역시 끝나버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회비를 낸 사람들은, 시트콤의 말을 빌리면, 이제 사슴머리와 함께 남은 것이다.
여기에 치명적인 사실이 있다. 그들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정말 지독하게 멍청하거나 단순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국가가 그런 시스템에 참여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시스템이란 국민연금보험으로, 그 가장 큰 문제는 국민피라미드(‘피라미드’라는 말에 주목하시라)가 점차로 뒤죽박죽이 돼간다는 사실이다. 국가가 이전의 회비 납부자에게 약속한 연금을 감당해줄 회비 납부자의 수가 심각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인들도 이따금 시트콤을 봐야만 할 것 같다.

- 「악마의 경제학, 피라미드 시스템」 중에서

내가 근무한 대학에서 학생들이 아주 이상한 시험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어떤 시험의 세 과목 가운데 많은 학생이 두 과목만 공부를 하고 세 번째 과목에서는 놀랍게도 그냥 최하인 5등급을 받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는 그 과목 또한 우리 교수들이 진행하는 것이어서, 학생들이 왜 이런 낯선 전략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관심이 갔다. 그래서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3분의 2에 달하는 학생들이 똑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그 과목은 과제가 너무 많고 어렵습니다. 그래서 거기 쓸 시간을 차라리 다른 두 과목을 더 공부하는 데 투자합니다. 그게 훨씬 낫죠.” 얼핏 보면 이 전략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두 과목은 ‘제대로’ 공부해서 좋은 학점을 따내는 대신, 세 번째 과목은 낙제하도록 내버려둔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평균 학점을 높이고, 학업 부담 또한 줄인다. 좋다! 기본적으로 나는 노력과 시간을 절약하는 것을 좋아하고(그래서 경제학자가 되지 않았나), 해결책을 또한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전략은 계산착오다. 나는 이렇게 주장하고 싶다. “똑같은 시간을 들여 세 과목의 시험을 모두 준비한 사람이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

- 「시험공부의 경제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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