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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지구별 여행자 -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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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에 이은
또 한 권의 특별한 인도 여행기


“여행을 떠날 때는 따로 책을 들고 갈 필요가 없었다. 세상이 곧 책이었다. 기차 안이 소설책이고, 버스 지붕과 들판과 외딴 마을은 시집이었다. 그 책을 나는 읽었다. 책장을 넘기면 언제나 새로운 길이 나타났다.”
시를 쓰고 명상에 관한 책들을 번역하며 해마다 인도와 네팔을 여행하는 류시화는 길 위의 시인이다. [지구별 여행자]는 그가 15년 동안 매해 인도를 여행하면서, 그리고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면서 얻은 삶의 교훈과 깨달음의 기록이다. 성자와 걸인, 사막의 유목민, 여인숙 주인, 신발 도둑, 새점 치는 남자 등과의 만남은,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여행 온 여행자들이며, 인생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라는 시인의 시각이 잘 드러나 있다.

8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과 마찬가지로 [지구별 여행자]는 가볍게 읽어 내려가다가 큰 깨달음을 얻는 책이다. 유머로 가득한 철학, 가장 심오한 이야기를 가장 쉽게 전달해 주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그 흔한 인물 사진과 풍경 사진 한 장 없는 여행 에세이들이 다큐멘터리보다 더 생생하다. 하나하나의 구절들에는 그가 꿈꿔 왔던 자유의 본질, 그리고 깨달음에 관한 사색과 명상이 가득하다. 그렇다고 그가 일반인들이 평생 만나 보기 힘든 거창한 사람들과 유적지들을 돌아다닌 것은 아니다. 도망간 새를 기다리는 새점 치는 남자, 말끝마다 명언하기를 좋아하는 식당 주인, 은근슬쩍 다가와 땅콩을 까먹으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여행자를 독차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남자, 시를 좋아하는 강도 두목 등이다. 작가에게 그들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원형적 모델’이다. 그래서 인도인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신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되는 책은 “아 유 해피?”로 끝난다. ‘신’은 이상향의 세계를 뜻하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마치 주문처럼 '노 프러블럼'을 외치며 그들의 이상향을 만들어 낸다. 어처구니없어 웃음을 자아내는 일화들이 많지만, 그냥 흘려 버리기에는 진실이 담긴 책이다. 누구든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는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진다. 책과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고, 책을 덮는 순간 “나마스테.”를 외치며 인도로 떠나고 싶게 만든다. 다른 사람들이 세워 놓은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질서를 발견하는 것, 그것을 저자는 자유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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