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알베르 카뮈는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을 하면 삶은 질식되어 죽어간다'라고 말했습니다.
현대 산업사회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사람들의 정신과 시간을 과도하게 앗아갑니다. 이 점이 바로 산업사회가 낳은 가장 커다란 악입니다. 모순처럼 들리시겠지만 현대 산업사회에 이르러 경이로운 정도로 노동시간을 단축시켜줄 기술적 장치가 다양하게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이 기술들은 사람들이 영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일에 헌신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만들어주지 못합니다. 사실상 현대 산업사회에서 참된 여가는 노동시간을 절약해주는 기계의 증가와 오히려 반비례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이 체제가 육체노동이건, 정신노동이건 간에 대부분의 노동을 완전히 재미없고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인간의 인격을 저해한다고 봅니다. 산업사회의 노동은 자연과 동떨어진 기계적이고 인위적인 방식이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잠재능력 가운데 극히 미미한 부분만을 사용하도록 만듭니다. 노동자들로서는 도전할 가치도 없고, 자기 완성을 위한 자극도 없으며, 발전 가능성이나 진선미의 요소도 찾을 수 없는 노동에 평생을 허비하도록 종신형 판결을 받은 셈입니다.
안정'이라는 단어는 산업시스템의 사전에서 쫓겨나고 그 자리에 '정체停滯'란 단어가 대신 들어왔습니다. 무슨 특별한 목표나 목적을 가지고 성장을 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성장을 위한 성장을 계속할 뿐입니다.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체제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면 법, 규칙, 협약, 세금, 복지, 교육, 건강 서비스와 같은 '상부구조'를 바꾸는 노력에만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이 경우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이라는 토대가 바뀌지 않는 한, 상부구조에서의 진정한 변화는 불가능합니다.
복잡한 기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데는 삼류 기술자면 됩니다. 하지만 상당히 간단한 기본 원리로도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방식을 찾으려면 천재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시스템의 변화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언젠가 간디는 '사람들은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없는 그런 완벽한 시스템을 찾고 있다'고 통렬히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최선'을 쫓느라 '차선'마저 놓치게 되는 시대 흐름에 휩쓸려 과거에 있었던 훌륭한 지식과 장비가 사라져 버린 사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당연히 더 좋은 것을 쫓아야 진보하게 되고, 이런 흐름은 환영할 만한 것이겠죠. 적어도 그런 흐름이 '최선'을 누릴 형편도 안 되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최소한 누릴 수 있는 '차선'이라도 앗아가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두 번째 마법사는 기괴한 자연법칙을 들먹이며 아주 적은 임금으로도 단순하고 지겨운 일을 계속할 노동력이 무한히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환상은 노예제 사회에서 노예에 대해 가졌던 환상과 유사합니다. 이제 노예들은 깨어나기 시작했고, 자신들이 없으면 더는 잔치를 벌일 수 없으며, 자신들이 주인보다 훨씬 더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물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뛰어난 기술력으로 성공의 정점에 서 있는 지금, 인류는 오직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문제만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재능을 묻어두지도 말고 남들이 묻어버리도록 내버려 두지도 마십시오. 재능을 많이 받은 자에게는 더 많은 것이 요구될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인생은 일종의 배움터라고 할 수 있고, 배움터에서는 오직 좋은 노동, 다시 말해 생산자를 고귀하게 만듦으로써 생산품도 고귀해지는 노동만이 중요합니다.
'성장'이 좋은 것이라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습니까? 아이들이 성장한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제가 갑자기 성장하기 시작한다면 끔찍한 재앙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이 좋은지를 결정하여 좋은 것은 잘 자라도록 최선을 다하고, 마찬가지로 무엇이 나쁜지를 결정하여 나쁜 것은 줄여나가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두 과정을 합산해서 전체적으로 커졌는지 작아졌는지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바로 삶의 질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리 삶을 진정으로 가치 있게 만들어줄 다른 삶의 방식이 과연 존재하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런 삶은 예전부터 존재했습니다. 거기서 우리가 아는 가장 위대한 예술작품과 문화가 탄생했습니다. 그런 삶은 가난의 문화에서 나왔지 풍요의 문화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과 기술을 부정하는 데 우리의 노력을 쏟아서는 안 됩니다. 필요한 것은 과학과 기술의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삶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소중하고 영원하며 진정한 가치를 지니는 것과, 반대로 사소하고 우습고 일시적이고 아무 가치도 지니지 못하는 것을 구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여러분의 지혜로 둘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세상을 소음으로 시끄럽게 만드는 사소하고 일시적인 것들이 아니라 정말로 가치 있는 것들에 매달려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현대 문명이 낳은 중대한 위기에 봉착해 있는데, 그것은 현대 문명이 인류에게서 두 명의 스승을 앗아갔기 때문입니다. 두 명의 스승은 과연 누구일까요? 하나는 신비로운 체계를 지닌 살아 있는 자연입니다. 다른 하나는 인류가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적 지혜와 가치입니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 여러가지 설명이 있지만 결국 인간은 신의 위치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존재라는 것입니다. 인간이 이 세상에 온 것은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억에 남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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