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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업스트림 - 댄 히스(Dan H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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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스트림

댄 히스(Dan H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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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대부분은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행동은 그렇지 않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 대부분은 외양간 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고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우리는 ‘대응-회복- 구제’ 구조를 찬양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 상황을 전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은 줄이고 더 나은 결과물을 내는 것이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다 보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그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 나는 이런 마음가짐을 ‘문제 불감증’이라고 부른다. 이는 부정적인 결과가 자연스럽거나 불가피하다는 믿음이다.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업스트림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야 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 지렛대로 삼을 부분을 찾아야 한다. 성공적으로 업스트림 활동을 수행 중인지 확인할 방법을 찾아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협업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새롭게 마련한 시스템을 지속시키기 위한 방법 또한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기억하라.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 불감증에서 깨어나야 했다. 문제를 직시하지 않거나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인 뒤(‘풋볼은 거친 경기다. 그러니 선수들은 당연히 다치게 될 것이다.’)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

터널링 상태는 자기 영속적인 측면이 있을 뿐 아니라 이 상태에 있을 때 우리는 감정적으로도 보람을 느낀다. 마지막 순간에 큰 실책을 면하는 데서 오는 일종의 영광이 있는 것이다. 곤경을 면하는 건 매우 기분 좋은 일이고 영웅주의에는 중독성이 있다. 실제로 중요한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밤을 새우는 모험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동료가 있을 것이다. 곤경을 면하는 게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런 행동이 반복되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영웅이 필요하다는 건 대개 시스템이 실패했다는 증거다.

터널에서 어떻게 탈출하겠는가? 이럴 땐 게으름을 피울 필요가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나 자원을 당장 투입하지 말고 일부러 미루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몇몇 병원에서는 직원들이 아침마다 만나 전날 안전과 관련해 벌어진 일촉즉발의 상황(환자들이 다칠 뻔하거나 실수가 발생할 뻔한 상황)을 검토하고 그날 벌어질 복잡한 일들을 간단히 정리함으로써 여유를 갖는다. 이런 시간이 있다면 보안 태그가 자꾸 떨어진 다고 얘기하기가 아주 쉬울 것이다.
이러한 시간은 그저 여유를 주기 위해 만드는 게 아니다. 오히려 직원들 이 터널에서 나와 문제를 시스템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시스템은 확률을 결정하는 기계다. 가장 훌륭하게 설계된 시스템 하에서는(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지역처럼) 성공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고 유리하다. 마치 구슬이 빨간색 칸에 멈춰도 이기고 검은색 칸에 멈춰도 이기는 룰렛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결함이 심한 시스템 아래에서도 여전히 룰렛 게임은 진행되고, 이때도 선택과 우연이라는 요소는 작용한다. 그 시스템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0’과 ‘00’이라고 적힌 두 개의 녹색 칸 중 하나에 공이 들어가는 것뿐이다.

잘 설계된 시스템은 최상의 업스트림 개입이다. 자동차에 대한 예를 보자. 1967년 미국에서는 운전자들이 약 16만 킬로미터를 주행할 때마다 5 명 사망했다. 50년 뒤에는 안전벨트와 에어백, 제동기술의 발전, 음주 운전자 감소와 개선된 도로 상태 덕분에 사망자가 16만 킬로미터 당 1명 정 도로 줄었다. 이는 시스템 개선의 효과지만 누군가가 중앙에서 이를 계획한 것은 아니다. 시스템 설계자도 없었다. 시스템을 개조해 수백만 명의 안전을 지킨 건 자동차 안전 전문가와 운송 엔지니어,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 자원봉사자 같은 사람들이다.

첫 번째 유형의 허깨비 승리는 ‘밀물은 모든 배를 뜨게 한다(A rising tide lifts all boats)’는 옛 속담을 반영한다. 한창 사업이 잘되고 있다면 그것이 밀물 때문인 것은 무시한 채 성공했다고 선언하고픈 유혹을 느낄 것이다. 1990년대에 미국 전역에서 범죄가 급격히 감소할 때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 어느 도시에서나 경찰서장이 기적을 행한 것처럼 보였다. 모든 곳에서 범죄율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추구한 다양한 치안 철학이 전부 옳은 것처럼 보였다. 6장에 등장했던 시카고 범죄 연구소의 젠스 루드윅은 “90년대에 경찰서장으로 재직했던 이들은 지금 모두 수익성 좋은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카인이 유 행하던 80년대 후반에 일했던 경찰서장 중에는 잘나가는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그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우리 뇌는 복잡한 문제에 직면할 때 종종 눈에 보이지 않는 대체를 진행해 어려운 질문을 쉬운 질문으로 바꾼다고 썼다. “오래전에 포드 자동차 주식에 수천만 달러를 투자했다는 한 대형 금융회사의 최고 투자 책임자를 찾아간 적이 있다. 그에게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렸느냐고 물었더니, 최근에 자동차 전시회에 갔다가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사람들, 차를 만들 줄 알더라고요!’

사람들이 일정한 숫자를 달성한 것에 보상을 받고 실패 시 벌을 받게 된다면 그들은 부정 행위를 할 것이다. 통계를 왜곡하고, 대충 넘어가고, 사건을 다운그레이딩할 것이다. 무모하게 목표 달성을 추구하며 조금의 가책도 없이 법이 허용하는 수단을 다 동원할 테고(그것이 목표 정신을 심하게 위반하더라도), 불법적인 일도 더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방법을 찾을 것이다.

중대한 문제에 대비하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이론상으로는 별로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현실로 가면 복잡해지는 이유 는 이런 연습이 앞서 얘기한 터널링 본능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기관들은 계속해서 긴급한 단기적인 문제들을 다룬다. 추측에 근거한 미래 계획을 세우는 건 당연히 시급한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모으기가 어렵 자금을 인가받기도 어렵다. 고난이 눈앞에 닥치지도 않았는데 협조해 달라고 사람들을 설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문제에 무지하면 그걸 마치 날씨 대하듯 한다. 날씨가 나쁘면 다들 그냥 어깨를 으쓱할 뿐이다.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날씨가 이 모양인 걸.' 문제 불감증은 우리가 연구하게 될 업스트림 사고를 방해하는 세 가지 장벽 중 첫 번째다.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또한 문제 불감증은 엄청난 피해 앞에서도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게 만든다. 상류로 가려면 먼저 문제 불감증을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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