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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 - 차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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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

차무진

“빌런이 매력적이면 그 이야기는 실패하지 않는다.” 대학 등에서 10여 년간 스토리텔링을 강연해온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차무진이 자신의 강의 노트를 정리하여 빌런 작법서를 펴냈다. 소설, 희곡, 각종 시나리오 창작자가 이야기 속 악당을 만들 때 맞닥뜨리는 고민을 17개의 키워드로 정리하여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그 키워드란 ① 그림자 ② 각성 ③ 절대성 ④ 신념 ⑤ 시기 ⑥ 광기 ⑦ 시스템 ⑧ 인정욕망 ⑨ 지척 ⑩ 전능 ⑪ 양면성 ⑫ 카리스마 ⑬ 이인자 ⑭ 여성 ⑮ 자연재해 16 외계 17 어린아이이다.
키워드마다 최적의 콘텐츠를 예로 들어 서사와 등장인물을 심리, 사회,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 유형의 악당을 설정할 때 실패하지 않을 전략을 보여준다. 예시로 든 창작물을 독자가 일일이 찾아보지 않아도 직접 보고 읽은 듯 느끼도록 풀어 설명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각 키워드 말미에는 부록을 넣어 다른 예시 작품들을 추가로 소개하고, 체크 리스트까지 제공하여 독자의 이해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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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주인공과 빌런은 자석의 양극이다. 서로 밀어내고 서로 끌어당긴다. 그들은 가장 멀리 있고 가장 가깝게 존재하며 서로 없어서는 안 된다. 주인공은 빌런이라는 존재로 인해 약해지고 단련된다. 빌런은 주인공의 스승이고 어머니이며 아버지이다. 빌런은 사람이기도 하고 사물이기도 하고 도덕이기도 하며 사회 구조이기도 하고 자연이기도 하다. 빌런의 정점에는 주적(主敵)이 들어앉아 있다. 안타고니스트(antagonist)라고도 말한다. 주적은 적대자, 즉 주인공의 행동, 사고, 움직임에 반하는 요소의 총칭이다. _ 「프롤로그」 중에서

시대는 변했다. 이제 스토리 감상자들은 주인공에게만 감정을 이입하지 않는다. 감상자들은 스포츠 캐스터가 되고 싶어 한다. 중립적인 시선으로 양편을 모두 바라보려고 한다. 그들은 작가보다 영리하고 평론가보다 분석적이며 학자보다 더 많은 오류를 찾아낸다. 그들은 주인공이 쉽게 이기는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저 지구를 멸망시키기 위해 찾아온 악당이 아닌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그 고통에 사로잡혀 지구를 멸망시켜버리려는 악당을 더 이해한다.

스토리 창작자들은 빌런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다. _ 「프롤로그」 중에서

그간 콘텐츠 창작자들은 (…) 빌런이 왜 그런 짓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빌런이 왜 주인공을 시기하는지, 빌런이 왜 그런 식의 악행을 저지르는지 깊게 고민하지 못했다. 선이 선으로서 인지되기 위해서는 악이 필요하다. 악을 겪어야 선을 이해한다. 악은 선을 인식시킨다. 주인공은 악당을 만나고 자신에게 그와 같은 나쁜 기운이 있음을 깨닫고 선을 추구하게 된다. 독을 먹고 독성을 기르는 것과 같다. 제독제로서 악은 주인공을 정화한다. _ 「에필로그」 중에서

스토리 창작자는 주인공보다 빌런을 더 사랑해야 한다. 창작자들은 그간 빌런을 너무 방치해왔다. 그래서 우리의 빌런들은 서럽고 처절하다. 온갖 고생을 다 하고 이야기가 끝나면 무대 뒤편에 앉아 더운 가죽옷을 벗고 홀로 땀을 닦고 있지만 누구도 다가와 시원한 물 한잔 건네지 않는다. 스토리 감상자들이 승리한 주인공에게 환호의 꽃다발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스토리 창작자들은 무대 뒤에서 녹초가 되어 앉아 있는 빌런들에게 다가가 고맙다며 손을 내밀어야 한다.

_ 「에필로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문구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