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김형수
[조드-가난한 성자들]을 통해 광활한 몽골 초원을 배경으로 한 칭기스칸의 이야기를 선보이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소설가 김형수가 30년의 글쓰기, 15년의 문학 강의를 정리한 책을 펴냈다. 시인·소설가·평론가로서 치열하게 논쟁하며, 담론을 생산해왔던 저자가 작가가 되고자 하는 이들, 문학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헌사와 같다.
단편집 [이발소에 두고 온 시]에서부터 진실된 한 인간의 영혼을 그려낸 [문익환 평전], 고은 시인의 문학적 원형을 가장 선명하게 부각시킨 [두 세기의 달빛]에 이르기까지 단편이나 장편, 장르를 오가는 글 속에서 적확한 표현과 아름다운 문장으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그가 ‘문학’이 무엇인지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정갈한 언어로 이야기한다.
이 책은 ‘문학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문학인가?’를 묻는 독자 혹은 창작자에게 ‘문학관’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문학에 대해 문외한인데 문외한이기 싫은 사람 혹은 문학인인데 진짜 문학인이고 싶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문예창작 원론"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을까하는 물음에서 시작된 이 책은, 그러한 다소 딱딱한 제목을 대신하여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라는 물음과 답이 공존하는 제목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책속에서
모두 이론의 대가가 되고 문학사의 대가가 되고 비평의 대가가 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세계관의 한계 창작조건의 한계 창작방법의 한계를 끝없이 극복해가는 것, 한 마디로 말해서 문학을 배우는 게 아니라 문학을 사는 것, 이것이 문학수업의 왕도가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여는 마당 문단으로부터의 리포트’ 중에서
문학이 시작되는 지점은 ‘살아 있는 실존의 현상’에 대해 어떠한 과학도, 또 어떠한 종교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문학이라는 것이 출현해서 발전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문학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바로 인간문제를 다룬다는 것, 인간의 삶을 대상으로 한다는 거예요.
- ‘1장 인간학으로의 초대’ 중에서
문학은 형상화된 인물을 통해서 형상적 사유가 개진되는 것이지 오락이 아니에요. 삼행시 놀이가 일정하게 시적인 재치를 활용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단순한 말 잇기 놀이에서 인간형이 창조되고, 또 거기에서 시대의 곤혹과 딜레마가 드러나는 일은 발생되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재치 놀이는 문학이 아니라 그 사촌 비슷한 것에도 미치지 못해요. 마찬가지로 속담이나 잠언이 근사해서 시처럼 살짝 풀어보는 경우도 있어요. 그 역시 시가 되지 않습니다.
- ‘2장 언어라는 생물에 대하여’ 중에서
한국의 시는 고은의 「문의 마을에서」 「부활」 같은 곳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애매모호함으로 가득 찬 직관과 영감의 영토’를 확보하게 되는 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출현한 젊은 시인들의 작품을 장르적 계보로 따지면 고은의 적자라 할 수 있어요. 애매모호함에 가득 찬, 피아니스트가 건반을 다루듯이 언어를 다루는, 혼돈의 미광이 가득 찬 직관과 영감의 세계, 그것이 인간의 삶 속에서 작동하는 생명 작용을 그려낸 언어로서의 시는 고은부터 시작되었으니까요.
- ‘3장 노래와 이야기’ 중에서
예술에서 리얼리티와 모더니티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항구적인 숙제에 속하는 셈인데 ‘나는 모더니스트니까 리얼리티에 관심 없어.’ ‘나는 리얼리스트니까 모더니티에 관심 없어.’ 하는 게 얼마나 우스꽝스럽겠어요. 창작방법에 대해서 편향된 공부를 했을 때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고 봅니다. 리얼리티와 모더니티의 동시 극복, 동시 성취를 놓치고 어느 하나를 강조하다 보면 자칫 문학정신이 방법의 도구가 되어서 ‘이즘’에 사로잡히는 게 아닌가 해요. 흔히 ‘이즘’을 경계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여러분들은 글을 쓰면서 리얼리즘 혹은, 모더니즘에 대한 관심이 모더니티 혹은 리얼리티의 거부로 직행하게 되는 것을 끝없이 회의하고 경계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4장 창작방법에 눈뜰 때’ 중에서
기억에 남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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