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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까 - 문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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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까

문지애

그림책 같이 읽는 엄마에서 그림책학교 원장으로,
아나운서에서 걸음을 뗀 순간부터
조금씩 용감해진 방송인 문지애의 첫 기록!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간결한 글과 다채로운 그림에 눈을 뜨고, 그림책에 진심이 되어버린 방송인 문지애. 인생의 고비 앞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때, 아이와 함께 사서 모은 그림책이 큰 위안이 되었다.
아이를 낳고 그전까지와는 다른 존재로 살아가는 부모들도 그림책으로 아이와 소통하고, 그림책에서 고민하던 문제에 대한 조언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 유튜브를 개설하고, 통의동에 그림책학교라는 공간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방송인 문지애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그림책을 만나고, 그 책들을 여러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소개하며 얻은 귀한 경험이 이 책에 모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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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낡은 기와지붕 위,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 옆 틈새, 흔해 빠진 가로수 아래에도 민들레는 무심하게 피어 있더군요. 홀로 피어 있어도, 두세 송이가 함께 있어도, 들판 가득 꼼꼼하게 메우고 있어도 민들레는 민들레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민들레를 이렇게까지 가까이에서 바라본 적이 없었습니다. 흔하니 귀하지 않았고 화려하지 않으니 눈길이 가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제야 지천으로 널린 민들레의 담담한 존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낡은 옷, 부스스한 머리, 정돈되지 않은 몸가짐으로 일 년을 살아왔고 그래서 내 모습이 낯설었지만 그래도 ‘문지애는 문지애’라고 책은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림책을 보고 비로소 치유됐고, 저는 다시 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_83년생 문지애 中

이 책을 보고 우리 부부를 생각했습니다. 남편이 없는 삶은 내게 어떻게 다가올까? 하늘에서 매일 데이트하면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나란히 앉아 지난날들을 되짚어본다면 언제를 가장 그리워하게 될까? 그림책은 말해줍니다. 행복한 부부는 이별 후의 모습도 행복하니 걱정하지 말라고요. 이 책의 작가 주디스 커는 올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워하던 남편의 곁으로 돌아간 셈이지요. 주디스 커가 그의 남편과 만나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저는 다 알 것만 같습니다. _지금 나에게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中

엄마들과의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서로에게 적절한 위로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땐 서로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 위로가 됩니다. 울먹이는 누군가를 향해서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요. _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中

이 책을 보며 애착이 사라진 뒤의 허망함을 가늠해보았습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이별의 순간이 있다는 걸 기억하려 했습니다. 사춘기 반항이 찾아와도, 엄마보다는 친구를 더 좋아한다고 해도, 부모의 조언 따위는 건성으로 듣는 진로 고민의 시기에도, 어릴 적 엄마를 바라보던 눈빛으로 애인을 바라본다 해도 슬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_언제나 너를 기다릴게, 여기서 中

“엄마 나 얼마만큼 사랑해?”라고 범민이가 물을 때면 이 책을 읽어줍니다. 그리고 네 심장이 콩콩콩 뛰던 그 순간부터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고 다시 한번 고백합니다. 매일같이 하고 또 해도 지겹지 않은 진실한 고백입니다. _네가 나를 찾아온 그 순간부터 엄마는 사랑에 빠졌지 中

부모라고 해서 강인한 모습만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을 아이에게 터놓고, 이야기해 가족의 일원으로 제 몫을 하는 것만으로도 부모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아이가 알아채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부모가 지양해야 할 모습은 ‘나약함’이 아니라 ‘불행함’입니다. _아이는 다 알고 있다 中

그러고 보니 오늘처럼 아이가 아픈 날에는 저도 세상에 없는 착한 엄마가 되어주곤 했네요. 뭐든 “그래, 그래” 아이 이야기를 들어주고, 말하지도 않은 아이의 마음을 알아맞히며 기운을 북돋아 주려 애를 씁니다. 평소에는 무거워서 잘 안아주지 못했는데 번쩍번쩍 아이를 들어서 안아주기도 하고요. 오랜만에 힘껏 안아주는 엄마한테 매달려 아이가 묻더군요. “갈비뼈 안 아파 엄마?” 그동안 갈비뼈가 아파 못 안아준다고 핑계를 댔거든요. 열이 펄펄 끓으면서도 아이는 엄마 품에 안겨 얼굴을 비비며 말합니다. “엄마 좋아.”
아이가 아파 웃을 수만은 없는 날. 모처럼 종일 아이를 끌어안고 충분히 밀도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의 모든 말에 반응하고, 마음을 읽고, 요리해주고, 칭찬하고 표현해줬습니다. 아무래도 아픈 범민이가 “착한 엄마가 되어라, 얍!” 주문을 건 모양입니다. _아이가 거는 마법 中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하지만 실수를 대하는 자세는 모두 다르지요. 누군가는 실수를 딛고 일어서고, 누군가는 무너져버립니다. 책은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고 담담하게 말해줍니다. 수업을 다 들은 일곱 살 라희는 감상평을 남겼습니다. “신나게 한 번 더!”
어디 아이들뿐일까요. 함께 책을 읽는 우리 모두에게 이 말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잘 안 되면 어때요. 까짓것! 신나게 한번 더! 해보죠! _일단 점부터 찍어볼까? 中

우리 모두 살아가며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몇 살은 어떤 모습이라고 정확한 대답을 해줄 수 없을 겁니다. 잘 모르기 때문에 사는 게 궁금하고 재미있게 여겨질 수도 있겠습니다. 미리 다 정해져 있다면 하루하루가 시시할 테니까요.
‘진정한 일곱 살’의 기준은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직접 정했으면 합니다. 아직 김치를 먹지 못하겠다면 과일로 대신해도 좋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남이 정한 기준에 주눅 들지 않고, 그저 조금 더 나아지고, 조금 더 성장하는 데서 만족감을 얻는다면 이 책의 역할은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사랑스러운 일곱 살 아이들에게 진정한 나다움을 발견하며, 매일 빛나는 하루를 채워나갈 수 있는 ‘진정한’ 그림책이 되길 바랍니다. _나이게 맞게 산다는 것, 누가 정한 걸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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