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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아직 끝이 아니다 - 김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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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이 아니다

김연경

저의 좌우명이자 힘이 들 때 떠 올리는 글귀는 “초심을 잃지 말자” 입니다. 혹시라도 자만 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항상 마음속으로 생각 합니다.
2017년은 저에게 특별한 해 입니다. 팬 분들의 사랑도 가장 가득했던 해이며 나이도 이제 30대에 들어선 해 이기도 합니다. 이번 에세이를 진행하면서 저의 유년시절부터 20대 시절까지 다시 되돌아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남은 선수생활뿐만 아니라 은퇴 후 계획까지 생각 할 수 있는 미래의 계획도 세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배구를 할 수 있는 날들이 이전 시간 보다 길지 않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배구선수 김연경 뿐만 아닌 인간 김연경의 모습 또한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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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리우 올림픽을 향한 예선전이 한창이던 2016년 8월 1일, 일본을 상대로 하는 여자배구 조별리그 A조 1차전 경기가 열린 날이었다. 우리나라 여자배구 대표 팀은 메달을 향해 가겠다는 일념으로 경기에 완전히 몰입하고 있었다. 한창 치열한 경기가 진행되던 중이었다. 공격 기회를 얻은 나는 허공으로 뛰어올라 상대팀의 빈 공간으로 강하게 스파이크를 때렸다. 바닥에 울리는 배구공을 보며 득점을 했다고 판단하고 주먹을 불끈 쥐는 순간, 실점을 알리는 신호가 울렸다. 미세한 간격으로 공이 선 밖으로 나간 탓이었다. 깨끗하게 맞아떨어진 공격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울컥 감정이 치솟았다. 이런 중요한 상황에 실점이 되다니.
“아, 식빵!”
나도 모르게 감정이 그대로 흘러나와버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채 카메라가 내 모습을 담고 있었던 덕분에 허공을 향해 분노하는 내 모습은 전파를 타고 전세계에 생중계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모습을 지켜보았고, 그 중에는 마음을 졸이며 딸의 경기를 지켜보던 나의 부모님도 있었다. 엄마는 화면 가득히 잡힌 내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고 했다.
“말 좀 조심하라니까. 경기만 들어가면 흥분해서는…….”
가족들은 아무런 변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잡힌 내 모습에 경기를 마치고도 한동안 걱정을 했다. 나도 경기가 끝나고 그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간 것을 보고 아차 싶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신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경기에 완전히 몰입한 모습이 화제가 되어 국내에서 이전보다 훨씬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었다. 또한 많은 분들이 경기 내용에 공감하고 재미있게 보아준 덕분에 이를 계기로 각종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게 되면서 배구 팬들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런 것을 보면 인생이란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 같다.
언제나 한 치 앞도 알 수 없었는데 여기까지 잘 왔다고. 리우 올림픽 이후 나를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은 내가 배구선수로서 이룬 성과가 많았기 때문에 신인으로 데뷔한 이후 탄탄대로를 걸으며 승승장구 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년 시절 배구를 시작한 이래로 한 번도 쉬운 길은 없었다. 어렵게 프로 선수가 되었고 그 이후로도 누구도 걸어가지 않은 길을 걸어야 했기에 한 걸음 한 걸음이 가시밭길이었다. 아마 인터뷰에서 보이는 털털한 모습과 쿨한 말들, 그리고 솔직한 이야기와 자신감 넘치는 대답 때문에 타고난 재능으로 목표한 바를 쉽게 이루어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지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뒤로 물러서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거대한 벽을 만나는 순간에도 도망치지 않고 부딪치며 결국에는 나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단단한 계단으로 만들었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재능이 남달랐다거나 특별한 사람이라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나도 다른 선수들의 그늘에 가려 아무도 몰라주던 시절도 있었고, 프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때도 있었다. 또래 친구들이 수업을 마치고 돌아간 운동장에서 배구공을 튕기며 미래의 나를 떠올렸을 때 그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의 내가 친구들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 배구를 포기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것뿐이다. 배구공을 다시는 잡지 못할 정도로 몸이 다친 것도 아니었고, 배구보다 하고 싶은 운동이 생기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기본기를 다지며 하루하루를 버텼고 그렇게 버틴 날들이 쌓이고 쌓여 실력이 되었다. 그 실력으로 프로의 문을 열었으며 코트 위에서 계속 점프할 수 있는 힘을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후회가 싫었다. 고민만 하다가 중도에 손을 놓아버린다면 후회가 남을 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봤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되면 만약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홀가분할 거라고 생각했다. 어려운 상황을 마주쳐도 기가 죽어 물러서기보다 내가 손에 쥐고 있는 아주 낮은 가능성이라도 붙들고 미련 없이 도전하고 싸우고 싶었다.

기억에 남는 문구

벽을 넘어서는 순간이 오면,
자신이 한계라고 여겼던 것들이
또 다른 가능성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