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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 주제 마우루 지 바스콘셀로스(Jose Mauro de Vasconcel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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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주제 마우루 지 바스콘셀로스(Jose Mauro de Vasconcelos)

브라질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바스콘셀로스의 대표적 작품이자, 세계 21개국에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는, 너무나 잘 알려진 성장소설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다섯 살 소년 '제제'를 통해 사랑의 문제, 인간 비극의 원초적인 조건, 인간과 사물 또는 자연의 교감, 어른과 아이의 우정 등을 잔잔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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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서 어린 나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내가 사물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내 마음속의 작은 새가 말을 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한 일이었다.
“정말 네가 말을 하는 거니?”
“내가 하는 말을 지금 듣고 있잖아?”
나무는 그렇게 말하고 나지막이 웃었다. 난 하마터면 비명을 지르며 뒤뜰을 뛰쳐나갈 뻔했지만, 호기심이 나를 묶어 놓았다.
“어디로 말하는 거니?”
“나무는 몸 전체로 얘기해. 잎으로도 얘기하고 가지랑 뿌리로도 얘기해. 들어 볼래? 그럼 귀를 내 몸에 대어 봐. 내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릴 거야.”
난 조금 망설였으나 나무의 크기를 생각하니 두려움이 사라졌다. 귀를 대자 ‘틱틱’ 하는 소리가 아련히 들렸다.
“들었어?”
“딱 하나만 말해 줄래? 다른 사람도 네가 얘기한다는 걸 알아?”
“아니, 오직 너만.”
“정말?”
“맹세할 수 있어. 어떤 요정이 말해 주었어. 너처럼 작은 꼬마와 친구가 되면 말도 하게 되고 아주 행복해질 거라고 말이야.”

“아빠가 가난뱅이라서 진짜 싫어.”
운동화를 떠난 눈길은 그 옆에 놓인 슬리퍼로 옮겨 갔다. 아빠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빠의 눈은 슬픔으로 굉장히 커져 있었다. 눈이 커지고 커져서 방구 극장의 스크린만 해 보였다. 마음의 쓰라림이 너무나 커서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그런 눈이었다. 아빠는 잠시 우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말없이 지나쳐 갔다. 우리는 아무 말도 못하고 얼어붙어 있었다. 아빠는 서랍장 위에 놓인 모자를 집고는 다시 나가 버렸다. 그제야 또또까 형이 내 팔을 때렸다.
“넌 정말 나쁜 놈이야, 제제. 뱀 같은 녀석. 그러니까…….”
형은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지 입을 다물었다.
“아빠가 거기 계신 줄 몰랐어.”
“나쁜 자식. 감정도 없는 놈. 너도 아빠가 오래 전부터 실직자라는 걸 알잖아. 내가 어제 음식을 삼킬 수 없었던 것도 아빠 때문이야. 너도 이다음에 자식이 생기면 이럴 때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알게 될 거야.”
나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난 아빠를 못 봤어, 형. 정말 못 봤어.”
“내 앞에서 꺼져. 넌 역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이야. 꺼져 버려!”

“네, 선생님. 도로띨리아는 저보다 더 가난해요. 다른 여자애들은 그 애가 깜둥이인 데다가 가난뱅이라서 같이 놀려고도 하지 않아요. 그래서 그 앤 매일 구석에 혼자 웅크리고 앉아 있어요. 전 선생님께서 주신 돈으로 산 생크림 빵을 그 애하고 나눠 먹었어요.”
선생님은 이번엔 아주 오랫동안 코에 손수건을 대고 있었다.
(중략)
“넌 정말 고운 마음씨를 가졌으니까 나하고 약속 하나 하자, 제제.”
“약속할게요. 하지만 선생님을 속이고 싶진 않아요. 전 마음씨가 곱지 않아요. 선생님께서는 집에서 제가 어떤지 모르셔서 그러세요.”
“상관없어. 내겐 네가 아주 고운 애란다. 앞으론 네가 꽃을 가져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가 얻어 오는 거라면 모르지만 말이다. 약속하겠니?”
“약속해요, 선생님. 하지만 병은요? 늘 비어 있어야 하나요?”
“이 병은 결코 비어 있지 않을 거야. 난 이 병을 볼 때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이렇게 생각할 거야. 내게 이 꽃을 갖다 준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나의 학생이라고. 그럼 됐지?”
이제 선생님은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내 손을 놓으며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이제 가 봐라, 황금 같은 마음씨를 가진 아이야.”

“차를 들이받았다고?”
“그래, 큰 차 있잖아. 마누엘 발라다리스 아저씨 차!”
나는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뭐라고?”
“망가라치바가 쉬따 건널목에서 포르투갈 사람 차를 들이받았어. 그래서 지각한 거야. 기차가 차를 완전히 박살냈어. 사람들이 엄청 몰려왔어. 헤알렝고 시 소방차까지 왔다니까.”
식은땀이 흐르고 눈앞이 깜깜해졌다.
제로니무는 계속 옆 아이의 물음에 답해 주고 있었다.
“그 사람이 죽었는지는 잘 몰라. 어린애들은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으니까.”
나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식은땀이 온몸을 적셨고 토하고 싶었다. 나는 책상을 벗어나 문으로 다가갔다. 창백한 내 얼굴을 보고 다가온 쎄실리아 빠임 선생님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했다.
“왜 그러니, 제제?”
난 대답할 수가 없었다. 눈에서는 눈물이 솟았다. 나는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교장실 근처에서도 상관 않고 계속 달렸다. 거리에 나와서도 히우-쌍빠울루 고속도로고 뭐고 다 잊고 달렸다. 단지 그곳에 빨리 도착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달렸다. 위보다도 가슴이 더 아팠다. 까지냐 길도 단숨에 달려 빠져나왔다. 빵집에 이르러 제로니무의 말이 거짓이기를 빌며 세워 놓은 차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곳에 우리의 차는 없었다. 나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 시절, 우리들만의 그 시절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먼 옛날 한 바보 왕자가 제단 앞에 엎드려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물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사랑하는 뽀르뚜가, 저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영원히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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