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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200세 시대가 온다 - 토마스 슐츠(Thomas Schul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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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세 시대가 온다

토마스 슐츠(Thomas Schulz)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한다. ‘무병장수’는 인류 탄생 이래 최고의 숙제였다. 이 숙제를 풀고자 도전장을 내민 곳은 다름 아닌 실리콘밸리다. 왜 실리콘밸리인가? 답은 간단하다. 실리콘밸리야말로 실패의 위험에도 과감하게 뛰어드는 도전 정신이 가득하고, 그 도전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이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두뇌와 천문학적인 돈이 모인 실리콘밸리에서 인간의 건강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인 《슈피겔》 실리콘밸리 지사 편집장이자 미국 수석 특파원인 토마스 슐츠는 2015년 IT 기업 구글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자 그들의 미래 전략을 집요하게 취재해 『구글의 미래』를 썼다. 당시 많은 독자의 주목과 극찬을 받았던 그가 이번에는 실리콘밸리의 극비 연구소를 취재했다. 10년간의 취재,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을 포함한 각계 인사들과 진행한 150건의 인터뷰가 이 책의 바탕이다.

저자는 실리콘밸리의 비밀 연구소를 찾아 흥미로운 의학 연구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탐사하고 소개한다. 어렴풋하게만 짐작할 수 있었던 실리콘밸리 연구소의 풍경과 연구실의 분위기도 생생하게 전달한다. 장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유전자 조작, 3D프린터 등을 결합해 질병을 극복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디지털 의학 연구의 현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상상을 초월한 의학 연구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끈질기게 취재한 끝에 그려낸 의학 혁명의 지도가 이 책에 있다. 실리콘밸리의 미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아니다. 그들은 알츠하이머와 암은 물론, 노화와 죽음에 도전하고 있다. 궁극의 미래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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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의학 시장은 수십조 달러 규모에 이를 만큼 거대하다. 그만큼 사업 영역도 방대하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의료비는 국민총생산 GNP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가 지출의 20퍼센트가 보건 시스템으로 흘러들어간다. 그래서 IT대기업들은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의 기업 본사에서 기초적인 의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누가 암을 정복할 것인가? 24시간 내내 혈당, 인슐린, 심장박동수를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환자의 정보, 임상 연구 결과 등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세바스찬 스런은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초인적인 능력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대의 기술이 도입되고 유럽에서 미국으로 몇 시간 만에 날아갈 수 있게 되었듯이, 점점 똑똑해지는 인공지능 기계가 다음 발전 단계에서 인류가 새로운 잠재력을 펼치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IQ 1만인 사람만큼 일할 수도 있고 사무실에서 매일 틀에 박힌 일을 반복하는 대신 창의적인 일에 시간을 투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날아다니는 트렁크, 스스로 바느질하는 셔츠, 기적의 암 치료제 등을 발명하는 것이다. 스런은 “기계가 우리에게 자유를 줄 것”이라고 믿는다.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우울증을 확인한다는 아이디어는 결국 예방의학의 비전을 따른 것이다.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극단적인 치료를 줄이고 신중한 치료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신 질환이 늦게 발견된 경우 이미 중증으로 발전해 있어, 대부분의 환자는 입원 치료, 독한 약물 복용, 장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의 감소 혹은 특정한 언어 패턴 등은 정신병적 사고로 이어진다. 이러한 정신사회학적 생체표지자를 통해 조기에 증상이 발견되면 입원 치료를 피할 수도 있다.

크리스퍼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지만 의학 분야에서 가장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개발되면서 연구자들은 기존 유전자치료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의사들은 유전자 가위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 단순히 DNA를 잘라내 질병의 원인을 아예 제거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겸형적혈구빈혈증을 유발하는 유전자나 HI 바이러스를 세포에 유입시키는 유전자를 비활성화하는 것이다.

2020년대 중반까지 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요인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발전 속도에도 가속이 붙을 것이다. 독일 암연구센터장 바우만은 “아직 배울 것이 많습니다”라고 말한다. 인체에는 박테리아나 균류 등 수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마이크로비옴 연구 등의 전문 분야가 점점 각광받을 것이다. 종양에도 미생물이 살고 있기 때문에 현재 독일 암연구센터도 여러 부서에서 미생물을 연구하고 있다. 특정 치료법에 대한 암의 저항력을 입증하기 위한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앞으로 미생물 연구는 유망할 것이다.

무에서 창조된 세포가 의학계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일으켰다. 생명공학자들은 현재 오가노보 바이오프린팅 연구자들이 꿈꾸는 것보다 우수하고 효율적으로 생물학적 대체 물질과 테스트 조직을 만들 수 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구자들이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인공 생명체를 창조하는 길을 열게 될지도 모른다.

먼저 나는 15분 동안 플라스틱관에 침을 뱉었고, 이것을 실리콘밸리의 실험실로 보냈다. 그리고 앱을 하나 다운받았다. 이 앱을 통해 3주 동안 84가지 유전정보를 상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유전적 혈통과 관련해 다섯 가지, 생물학적 특징과 관련해 22가지, 유전적 건강 문제와 관련해 일곱 가지, 보편적인 유전적 특성과 관련해 42가지, ‘웰니스’와 관련해 여덟 가지였다. 이 모든 정보를 얻는 데 199달러가 들었고, 서비스는 온라인이나 약국에서 이용할 수 있었다.

현재 의학은 기하급수적 속도와 수준으로 발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계층 간의 격차도 그만큼 벌어지고 있다. 경제적 여건이 되는 사보험 가입자들은 건강 센서를 착용하고 정기적으로 마이크로비옴 분석과 줄기세포 검사를 받는다. 그래서 이들은 병에 잘 걸리지 않고 암에 걸려도 유전자치료로 생명을 유지할 것이다. 반면 데이터 의학의 혜택을 누리거나 사보험에 가입할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환자는 구시대의 의료 서비스만 받을 수 있다. 디지털 의학의 발달에 따른 계층 양분화 현상에 대한 논의는 점점 격렬한 양상을 띨 것이다. 가난하면 일찍 죽는다는 극단적 주장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환자의 권리가 건강 서비스의 핵심 요소로 여겨져왔다. 다가올 의학 혁명에 대비해 환자의 권리는 보호받고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디지털 의학이 ‘유리 환자’를 양산하는 계기가 되지 않으려면 환자는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의사, 보험사, 제약사, 건강보험공단, 인터넷 기업 등 제2차 이용자들은 환자의 동의 하에만 환자의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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