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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반도체 제국의 미래 - 정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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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국의 미래

정인성

현재의 승자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고, 미래에도 선두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는 21세기. 이 시대를 지배할 반도체 제국은 누가 될 것인가. 《반도체 제국의 미래》는 삼성전자, 인텔 같은 세계적 반도체 기업들이 변화와 혁신의 세월을 겪으면서 습득하고 실행에 옮긴 승자의 법칙을 알아봄으로써 21세기에도 유효한 전략을 모색한다.

또한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팹리스, 파운드리 분야에서 신흥 강자로 부상한 기업들의 현재 상황과 직면한 과제를 통해 이들에게 어떤 돌파구가 있는지 알아보는 한편,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추격하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잠재력과 현주소를 소개한다. 변화를 읽고 혁신을 선도한 반도체 승자들의 전략은 무엇이 달랐을까.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미래 사업은 어떠해야 할까. 지금 승자가 되기 위한 답을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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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도 마찬가지로, 일단 시장조사를 통해 원하는 제품을 선택한다. 삼성전자와 같은 메모리 회사는 고객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느 정도의 저장 용량을 가진 메모리가 가장 많은 수요가 있는지 알아본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전력 소비까지 고객이 감내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인텔과 같은 로직 회사의 경우도 비슷하다. 고객이 어느 정도의 CPU 성능을 요구할지, 노트북 고객들은 어느 정도의 배터리 수명을 요구하고 CPU로부터 어느 정도의 전력 및 발열까지 감내할 수 있는지를 조사한다. 이렇게 모인 정보를 바탕으로 각 회사들은 자신의 칩이 시장의 요구사항을 맞출 수 있도록 최적의 디자인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이를 반도체 설계라고 한다.

- <서장. 반도체를 만든다는 것-제조 공정 이해하기> 중에서

삼성전자가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이룬 성취는 부분적으로는 D램 시장에서와 비슷하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는 시장의 단순함을 인정하고,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차지함으로써 경쟁 업체를 고사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면, 낸드 시장에서는 D램의 전략을 사용하되 마켓의 흐름을 읽어 사용자가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낸드와 다른 하드웨어 등을 섞어 솔루션을 제공했다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는 강력한 수직계열화로 뒷받침되었다.

- <1장. 삼성전자: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해 챔피언이 되다> 중에서

이렇게 왕좌에 올라간 인텔이었지만, 인텔은 석유 독과점 기업들처럼 그 과실을 여유롭게 누릴 수 는 없었다. 외부 위탁 제조 생산을 취소시켜 NEC, TI 등의 거대한 경쟁자들을 미리 제거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AMD가 CPU 자체 설계를 시작한 데다가 내부적으로는 과거의 인텔이 자신의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CPU는 사실상 수명이 무한했기 때문에 인텔의 신형 CPU가 구형 CPU보다 좋지 않다면 수요를 창출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인텔은 투자를 줄이고 독점 시장의 수익으로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적어도 올해의 물건은 작년의 문제보다 가치가 높아야만 했다.

- <2장. 착한 독재자 인텔: CPU의 강자로 군림하다> 중에서

반도체는 설계도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반도체 실물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확보해야만 한다. 이미 만들어진 설계도를 바탕으로 위탁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 역시 점점 규모를 불려나가게 되는데, 이를 파운드리Foundry라 부른다. 이것은 설계 전문 회사와 파운드리 모두에게 윈-윈이었다. 첨단 공정의 이익은 지속적으로 누리고 싶으나, 자사 설비만으로는 가동률을 높일 수 없던 수많은 반도체 회사가 설계와 제조로 분업화를 이루게 된 것이다. 두 식당이 따로 자재 조달과 요리를 하는 모델에서, 두 식당이 약속하여 한 명은 자재만 조달하고, 다른 한 명은 주방에서 요리만 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러한 분업화 덕분에 팹리스들은 무거운 자본 투자의 짐을 줄여 경영상의 부담을 줄이는 한편, 빠르게 변화하는 IT 산업에 맞춰 빠르게 체질을 전환할 수 있었다.

- <3장. 팹리스와 파운드리: 거대한 IDM 틈의 생존자> 중에서

영원할 것 같던 인텔의 CPU 지배는 모바일 플랫폼이 대거 등장하면서 과거의 지위를 누릴 수 없게 되었다. 인텔과 함께하던 전통적 PC 제조사들과 대만의 완제품 PC 부품 회사들도 힘든 상황을 견뎌야 했다. 그럼에도, 인텔은 5년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ARM 서버의 도전을 전부 물리치고 여전히 최강자로 군림하며 고부가가치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여전히 엔터프라이즈 서버 시장에서는 인텔을 대체할 존재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차세대 연산 칩 후보 중 하나인 FPGA 회사 알테라Altera를 인수한 것이 인텔에게 다시 반격의 실마리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 모른다.

- <4장. 영원한 것은 없다: 승자 기업들의 도전과 과제> 중에서

그나마도 이 모델은 낸드 셀의 성능이 같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인데, 기술적으로 열위에 있는 중국 회사들의 낸드가 글로벌 제조사들과 맞먹는 수준의 셀 읽기 특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므로 웨이퍼를 한 장 더 써서 얻은 IO 성능은 결국 셀 성능 부족에 잡아먹힐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낸드는 쉽게 말하면 톨게이트만 20차로로 늘려놓은 고속도로와 같다. 톨게이트가 넓으니 자동차들이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속도 자체는 빠르겠지만, 톨게이트 통과 뒤에 이어지는 2차선 고속도로에서 최고 속도가 80km/h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고속도로 사용자에게 중요한 것은 목적지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 총합이지,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얼마나 빨리 통과했느냐가 아니다. 톨게이트를 통과했는데 정작 고속도로가 밀리고 있다면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 <6장. 기술 패권의 욕망: 중국 반도체 굴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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