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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과학자의 생각법 - 로버트 루트번스타인(Robert Root-Ber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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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생각법

로버트 루트번스타인(Robert Root-Bernstein)

<생각의 탄생>의 저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이 과학의 발견과 발명에 대해 탐구한다. 가상의 등장인물 여섯 명이 과학을 이야기하고 생각하고 연구하며, 이를 서로 나누고 경쟁하는 과정을 통해 발견이 어떻게 시작되며 통찰은 어떻게 생겨나는지 과학 전반의 역사와 철학, 진화와 발전 전략 등을 다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베르톨레, 파스퇴르, 플레밍, 반트 호프, 아레니우스 같은 과학계의 역사적 인물과 그들의 실제 사례들을 하나하나 파고들어 실제적인 지식과 재미, 과학자의 사고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함께 전한다.

역사를 바꿀 정도의 최고 과학자들이 남긴 실험실 노트, 일기, 자서전, 논문 등을 통해 과학자들이 어떻게 문제를 인식하고 돌파구를 찾아 새로움을 발견하는지 그 과정을 탐구함으로써 과학자들의 기발한 생각법, 뛰어난 문제 해결력, 놀라운 발견법 등을 엿볼 수 있는데, 이는 일상에서 생각의 벽에 부딪히거나 문제의 늪에서 헤매는 우리에게도 많은 도움을 준다.

과학자가 ‘무엇을’ 하는가 뿐만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 알기 위해 픽션의 형식을 택해, 생물학자, 역사학자, 화학자, 과학사학자 등 가상 인물 여섯 명이 과학적 창의성의 핵심에 놓인 다양한 쟁점을 논하는 토론회 ‘발견하기 프로젝트’에 참석해 ‘과학적 발견’이라는 과정의 비밀을 파헤치도록 했다. 이 논쟁적인 진화 모형을 통해 과학적 발전에는 논리와 함께 유형인지, 모형화, 시각 및 운동 감각적 사고가 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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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이 책은 허구적 구조가 암시적이 아니라 명시적이라는 점에서 사실을 다루는 여느 책과 다르다. 이 경우는 정말로 매체 자체가 메시지다. 나는 과학자들이 주관적 요소, 즉 성격, 경험, 자기표현에 의지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발견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여기서 하려는 것처럼 마음의 대화, 비언어적 이미지와 느낌, 불현듯 내려오는 계시를 상상하여 재창조하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책을 쓰면서 이 같은 정신적 재창조가 훌륭한 과학자가 늘 실천하도록 배우는 전략이며, 과학을 이해하는 방식 또한 규정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랐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자의 생각법』은 개인의 내밀한 정신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바깥으로 공표한다.

나는 단지 아는 데 그치고 싶지 않다. 나는 이해하기를 원한다. 앎과 이해는 근본적으로 구별된다. 무언가를 아는 상태는 수동적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이해하는 상태는 능동적이다. 이해는 대상에 영향을 미치고, 대상을 이용하고, 나아가 창조하기까지 한다. 이해야말로 내가 과학에서 바라는 것이다. 자연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학 그 자체를 이해하는 것.
어떻게 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영원히 지속되는 생각을 남길 수 있을까? 그런 위대한 일을 하려면 자유와 시간과 돈이 있어야 할까? 일이 잘 안 되면(아마 잘 안 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알고 있는 걸 할 때만 보상을 주는 체계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을까? 전문 지식만이 가치 있는 상황을 뛰어넘으려면 진짜 독창적인 연구를 이끌어 가기 위한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과학자 공동체에서 등을 돌리고 미지의 개척지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기 완전성, 확신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바로 이것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논의하고자 하는 질문이다.

임프: 오늘은 약속한 대로 헌터(우리에게 입증 도구를 가져온다고 했었지)가 1857년에 루이 파스퇴르가 우연히 했다고 생각해 온 발견을 다시 설명해 줄 거야. 지난주에 리히터가 한 말을 기억해 봐. 리히터는 발견에는 어떤 알고리즘도, 논리도 없으며 그저 합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우연한 사건에 불과하다고 말했어. 리히터가 옳다면, 과학적 발견을 유용한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내 바람은 쓸모없는 짓이겠지. 그럼 인공지능 전문가가 ‘발견하는 기계’를 프로그램하는 시도와 정책 입안자가 과학적 발전을 위해 합리적 계획을 짜는 노력은 모두 성공하기 어려울 거야. 우리는 그저 수많은 연구자, 넘치는 돈, 확률 법칙이 발견을 이루어 내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거지.

헌터: 파스퇴르는 1879년에 닭 콜레라를 연구했는데, 콜레라균 배양액을 그대로 두고 휴가를 보내고 돌아와 배양액에 있는 독성이 약해졌다는 사실, 즉 닭에게 콜레라를 일으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 그래서 파스퇴르는 다시 자연적으로 발생한 콜레라에서 새로운 배양액을 만들었고, 이걸 닭에게 주입했어. 역시나 닭은 콜레라에 걸리지 않았는데, 주입하지 않은 닭들은 병들었지. 따라서 파스퇴르는 오래되고 독성이 약해진 콜레라균 배양액은 닭에게 ‘면역력을 갖게’ 한다는 사실을 알았어. 여기서 우연은 어디에 있을까?

『과학자의 생각법(DISCOVERING: Inventing Solving Problems at the Frontiers of Scientific Knowledge)』은 1975년에 여러 저명한 과학자가 어떻게 발견에 이르는지 논하는, 서로 관련 없는 일련의 에세이를 쓰면서 시작되었다. 나는 과학자들이 남긴 노트, 서신, 자서전, 회고록을 이용해 그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돌파구를 찾는 과정을 재창조하려고 했다. 또 최고의 과학자들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습득하기를 바랐다! (…)
이런 성장은 과학에서 더 많은 탐사와 개척 연구에 쏟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보다 확실한 기술에만 주력해 보수적인 투자 전략이 지배하는 거대한 사업이 되었다. 내가 『과학자의 생각법』에서 보여 주었듯이 가장 우수하고도 실용적인 발명품은 거의 언제나 이미 기술적 목표나 응용법을 염두에 두어서가 아니라 그저 자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은 기초 연구의 순수성에서 생겨났다. 현대 과학의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은 이해가 발휘하는 힘을 알지 못한다. 기초 원리는 필요가 만드는 연구가 아니라 호기심이 이끄는 연구로 발견되며, 이것이 훨씬 강력하다. 『과학자의 생각법』을 읽으면 왜 그런지 알게 될 것이다!

- 「2017년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도대체 무엇이 과학적 발견을 이토록 신비하게 만드는 걸까? 여기에는 과학자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자신들이 어떻게 연구하는지 의식하는 일에 시간이나 노력을 들이는 과학자는 별로 없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과학 활동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테니스를 칠 때 의식적으로 공을 맞히려 하면 할수록 실수를 더 하게 되듯이 말이다. 여하튼 과학 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 하는 문제 자체가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그저 무시할 뿐이다. 그 결과, 새로운 과학자 세대는 숙련된 연구 방법에 있는 미묘한 차이들을 매번 시행착오를 거쳐 다시 배워야 한다. 마치 신참 테니스 선수가 경험 많은 코치의 지도 없이 다른 선수를 지켜보며 배워야 하는 것처럼.

- 「서문: 사실과 허구에 대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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