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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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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반니 세계문학 베스트 걸작선.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대작가 헤밍웨이 문학의 정점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는 1940년부터 쿠바 아바나 근처에서 살면서 바다낚시를 즐겼다. <노인과 바다>는 이때 함께했던 쿠바의 선원 카를로스 구티에레스의 낚시 경험이 바탕이 되어 탄생했다.

헤밍웨이는 그의 경험을 '산문'으로 발표했다가 15년간 묵힌 뒤 소설로 탈고했다. 그는 <노인과 바다>를 "평생을 바쳐 쓴 글이자 자신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스스로 최고점을 준 이 작품은 평자들도 '헤밍웨이 문학의 정점'으로 꼽거니와 20세기 미국문학사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작품 속의 노인은 세월의 상처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야위고 수척하며 목덜미에 깊은 주름이 패고 뺨에 갈색 반점이 덮여 노쇠함이 역력하다. 하지만 "바다 색깔을 닮은 두 눈만은 기운차고 패배를 모르는 의지로 빛났다." 노인은 대담하고 용기 있게 거대한 물고기와 사투를 벌인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뒷일을 대비하며 인내하는 원숙함, 비극적이고 환멸뿐인 삶을 긍정하는 태도 따위가 헤밍웨이 특유의 강건한 문체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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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노인은 야위고 수척했으며 목덜미에 깊은 주름이 패었다. 뺨에는 열대 바다에 반사된 햇빛 때문에 양성 피부 종양이 생겨 갈색 반점이 덮여 있었다. 반점은 얼굴 양옆을 뒤덮다시피 했으며, 두 손은 낚싯줄에 걸린 묵직한 물고기와 씨름하다 생긴 상처들로 깊게 패었다.

노인은 이 물고기가 엄청나게 크다는 걸 알았고, 어둠 속에서 입안에 정어리를 가로로 문 채 멀리 헤엄쳐 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 순간 물고기가 움직임을 멈춘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무게감은 여전히 느껴졌다. 얼마 후 더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어 노인은 낚싯줄을 더 풀어주었다. 그리고 잠깐 엄지와 검지에 힘을 주자 더욱 묵직한 느낌이 전해졌다. 낚싯줄은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갔다.

노인은 수면 밖으로 나온 꼬리를 보았다. 커다란 낫의 기다란 날보다도 높이 솟은 꼬리는 짙푸른 바다 위에서 아주 연한 보라색을 띠었으며 뒤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동안 노인은 수면 바로 밑에 떠 있는 물고기의 거대한 몸통과 몸에 두른 자주색 줄무늬를 보았다.

토할 듯 메스껍고 눈앞이 가물가물했다. 그런데도 작살 밧줄을 풀어 껍질이 까진 손 사이로 천천히 빠져나가게 했다. 겨우 눈이 보이자 물고기가 은빛 뱃가죽을 드러내고 벌렁 누워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작살 자루가 물고기 어깨 위로 비스듬히 튀어나와 있었고, 물고기 심장에서 나온 피가 주위를 빨갛게 물들였다.

물고기에게 달려드는 놈들의 몸에서 인광이 반짝였다. 노인은 몽둥이로 여기저기 상어 대가리를 내리쳤다. 상어 턱이 잘려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놈들이 배 밑을 공격하느라 배가 흔들리는 소리도 들렸다. 노인은 오로지 소리와 느낌에만 의존해 필사적으로 몽둥이를 내리쳤다.

백조는 평생 울지 않다가 죽기 직전에 단 한 번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죽는다고 전해져서 ‘백조의 노래’는 ‘예술가의 마지막 작품’을 일컫는다. 헤밍웨이의 사망 후에 출판된 작품이 있긴 하지만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가 살아 있을 때 출간한 마지막 작품이므로 그가 남긴 ‘백조의 노래’이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만큼 호평을 받은 작품이 없다. 1952년 잡지 《라이프》에 발표했을 때 이틀 만에 530만 부 이상 팔렸고, 일주일 후에 단행본으로 출판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다.

- 작품 해설 중에서

기억에 남는 문구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인간은 파괴될 지언정 패배할 수는 없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