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흔히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을 겪으면 그 이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가 없다고 한다. 나 또한 그랬다. 파바로티가 부르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듣기 전의 나와 들은 후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 노래를 듣기 전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는 노래를 하고 싶었고, 노래를 통해 내가 느낀 감동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처음으로 살고 싶은 세상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되더라도 이 세상에서 살고 싶었다. 비록 현실은 남루했지만 “빈체로! 빈체로!”를 부르는 순간엔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나는 나아가고 싶었고, 승리하고 싶었다.
이혼을 해서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사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함께 보는 날, 나는 예고로 진학하고 싶다는 마음을 밝혔다.
“노래를 배우고 싶어요.”
얼마 후 선생님을 만나 그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마지막으로 부르는 노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제법 비장한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났는데도 선생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잠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딱 한마디를 하셨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고 뭔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봤을 땐 넌 노래로 평생 먹고살 수 있을 것 같다.”
눈물이 핑 돌았다. 어찌 생각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날 들었던 선생님의 한마디가 내 인생을 바꾸었다. 파바로티에 이어 두 번째 운명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선생님을 믿고 김천예고에 다니기로 결정했다.
파바로티를 꿈꾸던 내가 트바로티가 된 것도 꿈꾸는 일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라는 노래에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저마다 아름답지만 내 맘속에 빛나는 별 하나 오직 너만 있을 뿐이야”라는 가사가 있다. 이 노래 또한 사람마다 다르게 들릴 것이다. 나에게 이 노래는 진정 심금을 울리는 위로의 노래였다. 나에겐 노래밖에 없었고, 세상에 수많은 일들이 있지만 내 맘속에 빛나는 별 하나는 오직 노래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뿐이었다. 노래는 내 마음의 풍경 속에서 별처럼 빛났다. 처음엔 파바로티 같은 성악가가 꿈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노래하는 사람 김호중이 꿈이 되었다. 그리고 그 꿈은 나를 〈미스터트롯〉의 무대에 도전하게 만들었다.
“성악을 싫어하거나 지겹고 하기 싫어서가 아닌 정말 노래하는 사람으로 불리고 싶어서 이 자리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솔직히 전달했다. 드디어 ‘태클을 걸지 마’를 부를 순간이 왔다. 짧은 반주가 나오는데 언제 들어가야 되나 생각할 틈도 없이 몸에서 노래가 터져 나왔다.
“어떻게 살았냐고 묻지를 마라. 이리저리 살았을 거라 착각도 마라.”
내가 노래를 부른 게 아니라 그냥 몸에서 노래가 나왔다. 몸에 있던 익숙한 감각들이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내 안의 장기와 세포들이 10년 전 처음 노래를 들었을 당시의 느낌들을 끄집어내려고 힘을 모아 도와주는 듯했다. 엄청난 태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태풍의 눈 안에 있는 듯 마음이 고요했다. 감각이 생생하게 깨어 주변을 모두 느끼면서도 진공관 안에 있는 듯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모순된 이야기 같지만 노래를 부르는 순간 정말 그랬다.
“내 인생에 태클을 걸지 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노래가 끝나고 올 하트가 터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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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트롯 김호중의 인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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