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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매너의 문화사 - 아리 투루넨(Ari Turunen),마르쿠스 파르타넨(Markus Partan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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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의 문화사

아리 투루넨(Ari Turunen),마르쿠스 파르타넨(Markus Partanen)

매너라는 눈앞에 드러나는 형식의 이면을 파고들어 ‘도대체 훌륭한 매너란 무언인가’를 질문한다. 그리고 과연 훌륭한 매너라는 것이 존재하기나 하는지, 아니면 그저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인간의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고안된 정서적 울타리에 불과한지를 탐구한다.

핀란드 출신의 두 저자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지켜야 하는 예의가 어떤 우여곡절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아는 매너로 정착되었는지 유럽의 역사를 차근차근 훑으며 보여준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신선한 매너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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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이 책은 눈앞에 드러나는 형식의 이면을 파고들어, 도대체 훌륭한 매너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자 한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과연 훌륭한 매너라는 게 존재하기나 하는지, 아니면 그저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인간의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고안된 정신적 울타리를 그렇게 부르는 것에 불과한지를 탐구하려 한다. 이를 위해선 하나의 행동 규범으로 묶여버린 유럽 연합을 떠올리기 전에, 일단 유럽의 매너가 형성된 역사와 몇몇 엄격한 행동 규칙이 갖는 이른바 ‘미덕’이라는 것의 실체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 ‘매너의 시작’ 중에서

계몽주의 철학자가 다른 민족을 차별한 것이 딱히 새로운 일은 아니다. 예로부터 모든 인간 공동체는 다른 동물 혹은 자신의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다른 인간과 경계를 지으면서 살아왔다.
모든 사회가 규정하는 ‘인간’ 개념의 의미는, 잠재적으로나 노골적으로나 자신이 속한 무리의 일원에게 한정된다. 인간에게 외부인은 종류가 다른 인간이자 문명화되지 못한, 때로는 거칠고 야만적이기까지 한 대상이며, 이 모든 성질을 ‘매너가 없다’는 한마디로 요약한다. ‘인간답다’라는 말은, 곧 적절하게 처신한다는 뜻이며 상황에 맞는 몸짓으로 정해진 때에 정해진 말을 한다는 의미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문화가 다른 집단의 문화보다 낫다는 생각의 뿌리는 매우 깊다. 고대 이집트 때부터 이미 인간은 자신의 견해를 다른 민족들과 차별화하려고 노력했다. 고대 그리스어에 나타난 ‘야만Barbar’의 개념을 살펴보자. 그리스인들의 귀엔 외국어가 마치 ‘barbar’ 하고 개가 짖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래서 그들은 외국인들을 개와 같은 발달 수준에 있는 것으로 규정했다.
인도어에도 외국인을 비하하여 부르는 ‘바르바라barbara’란 단어가 있다. 이 비속어는 어원학적으로 그리스어의 ‘야만’과 유사하다. 산스크리트어를 잘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그 언어에 유독 많이 등장하는 ‘r’을 더듬거리면서 발음하는 것을 흉내 내 ‘바르바라’라고 부른 것이다. 곧 이 단어는 ‘어릿광대’나 ‘멍청이’의 동의어로 자리잡는다.

- ‘외국인=야만인’ 중에서

같은 문화권 안에서도 사회계층에 따라 매너가 뜻하는 바가 달랐다. 유럽의 귀족 계급은 다른 계급이나 일반 농부들로부터 자신들이 돋보이기 위한 용도로 세련된 매너를 발달시켰다. 그 결과 16, 17세기 예절 교본은 대부분 예절 교육을 강조하는 데 할애되었다. 여러 예절 교본에서 하위계층의 자손들은 나귀나 원숭이에 빗대어 그려지며 마치 짐승의 일종인 것처럼 다루어졌다.
그런데 궁중 에티켓이 사회의 하위계층에까지 퍼져나가면서 귀족들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이미 17세기 말에 등장한 작품들에서부터 궁중의 예절이 일반 시민계급보다 나은 것이 없다는 소문이 두루 퍼졌다.
오늘날의 사회가 일상적인 면에서는 중세나 근대 초기보다 훨씬 더 ‘민주적’이라고는 하지만, 도시 풍습 중에서는 여전히 계층 차별에 기여하는 여러 가지 메커니즘이 발견된다. 17세기에는 프랑스 왕실이 선구자 역할을 했다면, 오늘날 그 추종자들은 소셜미디어에 모여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전 세계에 퍼뜨린다.
소셜미디어는 또한 스스로에게도 매력적이고 흥미로워보여야 한다는 부담을 준다. 평범함, 겸손함, 조용함 등은 이 세계에서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프로필 사진을 좀 더 프로답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것인가를 연구하라는 조언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그러기 위해선 외모와 스타일이 관건이다. 소셜미디어 안에서 강요된 미소를 짓는 사람들이나 베르사유에서 가발을 쓰고 서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 ‘매너에 능숙하다는 것’ 중에서

적절한 인사로 첫 만남을 성공적으로 이끌길 원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예법서의 충고를 충실히 따른다. 하지만 이러한 인사 방식이 지닌 역사적 배경을 알게 된다면 사랑스러운 행동으로만 여겼던 인사가 다르게 보인다. 예를 들어, 아는 사람이 시야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오른쪽 손을 들어 아는 체를 하는데, 이 습관의 원래 주인의 로마 군인들이다. 그들은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오른손을 들었다.
악수도 근본은 같다.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면서 손에 칼이나 비슷한 무기를 숨기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 것이다. 악수가 인사법의 기능을 갖게 된 것은 19세기 유럽에서부터다. 이전까지는 오랫동안 우호 관계를 확인하는 상징적 제스처로 활용됐다. 싸움이나 협상이 중재됐다는 의미로 악수를 한 것이다. ‘누구누구와 손을 잡다’라는 관용적 표현은 악수로 연결되어 오늘날
까지 그 의미를 유지하고 있다.
모자를 벗어드는 인사법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그 뿌리가 더 깊다. 중세 기사들의 풍습에서부터 비롯됐는데, 그들은 군주나 친구들 앞에서 적대적 의도가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투구를 벗어들었다. 기사들에게 맨머리를 드러낸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다는 뜻이었다. 모자를 드는 인사법은 역병이 창궐했던 이전 몇 세기 동안 더욱 사랑받았다. 사람들은 병을 옮기기 쉬운 볼 키스나 손 키스 대신 모자를 벗었다. 모자 인사는 다른 인사법과 비교할 때 확실히 위생적인 인사법이었다.
환호성 또한 그 출처를 따지자면 단지 즐거움에 겨워서 하는 인사로만 볼 수는 없다. 환호성은 터키의 예니체리 전사들의 풍속이었다. 그들은 술탄 앞에서 환호성으로 인사했다. 이는 전쟁에 나서기 전에 지르는 함성이었는데, “다 죽여버리자!”란 말을 소리로 내지른 것과 다름없었다.
원래 인사는 안전장치이자 폭력방지책 역할을 했다. 데스몬드 모리스의 견해에 따르면, 모든 인사에는 그 상황이 품고 있는 사회적 예측 불가능성을 완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한다. 우리는 상대가 어떻게 행동할지, 혹은 그가 지난번 만났을 때와 얼마나 다르게 행동할지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인사는 항상 불확실성의 순간과 깊이 연결돼 있다.

- ‘인사법’ 중에서

웃음 속에는 섬뜩한 무언가가 들어 있기 때문에 웃음은 광기와 직결된다. 누군가가 버스에 혼자 앉아서 울고 있으면 사람들은 그저 그 사람이 슬픈 일이 있겠거니 한다. 반면, 누군가 혼자서 웃고 있으면 사람들은 당장 그가 미친 게 아닐까 의심하고 본다. 웃음은 오직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만 허용되는 것이다. 에라스무스는 공공장소에서 혼자 웃는 것은 미치광이의 전형적인 행동이라며 명확한 견해를 밝혔다. 만약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면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웃은 이유를 해명해야만 한다.
웃음은 일종의 공동체 감정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격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웃음은 친구 사이를 끈끈하게 맺어주기도 하지만, 다른 친구를 선 밖으로 밀어내기도 한다. 누군가 다른 사람과 같은 것을 보고도 웃지 못한다면 그는 스스로 아웃사이더라고 느끼게 된다.

- ‘웃음과 광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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