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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가짜 뉴스의 시대 - 케일린 오코너(Cailin O’Connor),제임스 오언 웨더럴(James Owen Weather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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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의 시대

케일린 오코너(Cailin O’Connor),제임스 오언 웨더럴(James Owen Weatherall)

거짓 정보가 우리 인간의 신념을 어떤 방식으로 조작하는지 적나라하게 파고든 책이다. 케일린 오코너와 제임스 웨더럴은 ‘당신이 무엇을 믿는가는 당신이 누구와 알고 지내는가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이들은 거짓 신념이 퍼지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개인의 심리보다는 사회적 요인들에 주목한다. 이들은 게임이론가이자 물리학자, 수리행동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수학적 모형을 통해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우리가 신념을 어떻게 형성하고 갱신하는지 드러낸다.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닮은 프로그램은 그 집단 내 사람들의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해 거짓 정보가 우리의 신념을 얼마나 쉽게 오염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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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궁극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때 과학 지식에 의존하는 이유는 과학자들이 합리성rationality이라는 정상에 올라서서 변하지 않을 진리를 말하는 성직자 같은 존재여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증거를 조직적으로 수집하고 평가하는 데 과학자들이 최상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말하면, 환경에 관한 문제, 각종 약물과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용성, 신기술에 부수적으로 따르는 위험 등 대중이 궁금해하는 사안들에 대해 과학자들의 견해가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은 과학자들의 권위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견해 자체가 인간이 현재 확보할 수 있는 최상의 증거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_1장

양극화의 대표적 현상 중 하나는 어느 사안에 관한 논쟁이 진전될수록 사람들이 합의에 근접하기보다는 양측으로 더 멀어져 가는 것이다. 정치적 양극화의 사례들을 보면 의견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 도덕적 불신이 싹트고, 때로는 스티브 스컬리스를 향한 총격이나 헤더 하이어의 사망 같은 폭력 사태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만성라임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치 정치적 신념을 두고 공동체가 갈리듯이 과학계 역시 일련의 과학적 신념들을 두고 양극화되었다. 여기서도 상황은 폭력적인 위협으로 치달았다. _2장

담배 업계에서는 난리가 났다. 실존적 위협을 감지한 미국의 주요 담배 회사들은 단합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파는 제품이 소비자들을 죽이고 있다는 [올바른] 인식이 커져가는 상황에 대응하고자 홍보 캠페인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시장에서 담배의 대량 염가 판매가 이루어진 후 2주간 담배 업계 간부들은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연이어 만났다. 그 자리에는 유명한 홍보회사 힐&놀튼Hill&Knowlton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존 힐이 함께했으며, 확실한 사실과 과학적 결과들로 구성된 반대 행진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언론 매체 전략을 수립하는 회의가 진행되었다.
《의혹을 팝니다》에서 오레스케스와 콘웨이가 적었듯, 담배 업계가 짠 혁신적인 새 전략(‘담배 전략 Tobacco Strategy’) 이면의 핵심 아이디어는 ‘과학과 싸우는 최선의 방법은 더 많은 과학’이었다. _3장

담배 전략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었지만, TIRC 및 유사 집단들이 과학을 활용해 과학에 맞서 싸우는 특정 방식이 몇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편향된 산출 biased production’이라는 전술이다. 뻔해 보일 법한 이 전략에는 연구 자금 지원이 포함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업계가 연구를 후원한다. 이런 방식으로 산업계의 영향력이 연구 성과를 통제하게 되면 무엇을 공표하고 무엇을 폐기 또는 무시할지 그들이 선택할 수 있고, 업계의 입맛에 맞는 결과들이 나오게 된다.
담배 회사들은 TIRC 설립 이후 그렇게 할 수 있는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자체 추산에 따르면 1986년까지 이들은 1억 3,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부어 관련 연구를 후원했으며, 그 결과 2,600편의 연구 논문을 게재할 수 있었다. _3장

가짜 뉴스는 특히 미국에서 역사가 길다. 예를 들면, 미국의 독립혁명 직전과 직후 수십 년간 온갖 당파들은 소책자들을 통해 상대편을 공격했는데, 그 소책자들은 의심스러운 주장과 노골적인 거짓말 등 악의적인 내용으로 가득 채워질 때가 많았다. 마찬가지로, 가짜 뉴스는 스페인과 미국 간에 전쟁을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USS 메인Maine호(1898년에 쿠바가 스페인에 저항하며 봉기하자 미국이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해 아바나에 파견했던 미국 전함)가 아바나항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폭발한 뒤 몇몇 미국 신문에서는 폭발의 책임을 스페인 측에 돌리며 보복전을 요구하는 자극적인 기사들을 싣기 시작했다. 그중 <뉴욕 월드New York World>나 <뉴욕 저널New York Journal>이 가장 두드러졌다(그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메인호의 폭발 원인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스페인이 연관돼 있다는 구체적 증거는 나온 바 없다). 종국에 미국 정부는 쿠바를 포기하든가 아니면 전쟁을 불사하라는 최후통첩을 스페인에 보냈다. 어느 정도는 뉴스 매체들의 압력에 떠밀린 면도 있었다. 이에 스페인은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스페인은 석 달이 못 가 강화講和를 요청했다. _4장

이런 종류의 편향은 대중과 공유되는 증거를 적극적으로 편향시키려는 사람이 없어도 일어날 수 있다. 증거를 선택적으로 유포하는 메커니즘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저널리스트들이 새롭고, 놀랍고, 서로 상충하는 이야기들, 즉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사람들 사이에 논란을 일으키며, 널리 읽히고 공유될 법한 이야기에만 관심을 가질 때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 저널리스트들이 흥미진진하다고 여기거나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내용을 공유할 때, 설령 실제 사건에 대해서만 보도할지라도, 그들은 대중이 한쪽 방향만 보게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_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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