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천수천형千樹千形. 천 가지 나무에 천 가지 모양이 있다는 뜻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가진 유일무이한 모양새는 매 순간을 생의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한 노력의 결과다. 수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나무의 선택은 늘 ‘오늘’이었다.
-‘나무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는다’ 중에서
이제는 알 것 같다. 인생에서 정말 좋은 일들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값지고 귀한 것을 얻으려면 그만큼의 담금질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이제는 포기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우리가 원하는 행복이나 성공 같은 좋은 일들이 우연히 갑작스럽게 찾아온다면 노력이나 인내 따위는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힘이 들어도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스스로를 응원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라고.
-‘막 싹을 틔운 나무가 성장을 마다하는 이유’ 중에서
생존을 위한 버팀은 한번 싹을 틔운 곳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나무들의 공통된 숙명이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피할 길이 없고, 사람을 비롯한 다른 생명체의 위협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버틴다고 하면 굴욕적으로 모든 걸 감내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평생 나무를 지켜본 내 생각은 다르다. 나무에게 있어 버틴다는 것은 주어진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 내는 것이고, 어떤 시련에도 결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버팀의 시간 끝에 나무는 온갖 생명을 품는 보금자리로 거듭난다.
-‘살다 보면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중에서
수녀님은 태어날 때부터 알레르기 때문에 나무나 풀을 만지지 못했다. 남보다 쉽게 풀독이 오르고, 어쩌다 나무나 풀 근처에 있는 벌레에 쏘이기라도 하면 살갗이 퉁퉁 부어올라 바로 병원에 가야만 했다. 하지만 수녀님은 잎에 닿은 팔이 가렵고 따가울 텐데도 온종일 약을 발라 가며 나무를 돌보셨다. 사람도 끼니를 거르고 쉬지 못하면 바로 탈이 나는데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라고 내버려 두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을 한다는 것의 의미’ 중에서
“우 선생, 나는 나무가 너무 좋아요.”
나이 든 자에게 필요한 것은 세월이 만들어 낸 빈 공간에 작은 들짐승과 곤충들을 품어 내는 주목나무의 자세가 아닐까. 주목나무가 비어 있지 않았다면 한겨울 매서운 비바람에 작은 들짐승과 곤충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니 물러나야 할 때 억지를 부리기보다 움켜쥐고 있는 것들을 잘 내려놓고, 그 빈자리를 드러내야 한다.
-‘주목나무에게서 잘 내려오는 법을 배우다’ 중에서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끈기 있게 기다리는 자세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기다림 그 자체만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작은 씨앗이 캄캄한 흙을 뚫고 세상 밖으로 머리를 내밀듯, 우선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 나아가려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괴테도 말하지 않았던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 속에 당신의 천재성과 능력과 기적이 모두 숨어 있다”고.
-‘시작하려는 모든 이들은 씨앗처럼 용감해질 것’ 중에서
맞서 싸우지 않고 일단 한 걸음 물러서서 부드럽게 우회할 줄 아는 것. 그것은 결코 지는 것이 아니다. 저 혼자 강하게 곧추선 나무가 한여름 폭풍우에 가장 먼저 쓰러지는 법이다.
-‘결국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중에서
누군가는 그랬다. 좋은 일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찾아오고, 더 좋은 일들은 인내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찾아오지만, 최고의 일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찾아온다고. 그것이 바로 내가 지금도 아픈 나무들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그리고 내게 주어진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이유다.
-‘최고의 일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중에서
내게는 1년에 단 한 번, 찬란하게 피어나는 벚나무의 꽃이 마치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처럼 보인다. 화려한 벚나무 꽃그늘 아래 서 있으면 “이만큼 고생했으니 1년에 한 번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게 살아 봐도 괜찮아” 하는 벚나무의 혼잣말이 들리는 듯하다. 일시에 피어올랐다가 한꺼번에 떨어지기까지 열흘 남짓한 시간은 벚나무가 자신에게 선사하는 축제의 순간이 아닐는지.
-‘가끔은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자 : 벚나무’ 중에서
대나무는 풀도 아니고 나무도 아니지만 자신의 방식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지금 설령 사람들이 정해 놓은 틀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더라도 불안해하거나 스스로를 못났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대나무는 기죽어 있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풀도 아니고 나무도 아니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 대나무’ 중에서
“왜 남이 정해 놓은 틀 안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입니까?”
인간은 작은 유혹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시련 앞에 맥없이 무너지는 약한 존재다. 그러니 흔들리지 않으려 너무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흔들리며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 힘을 빼고 세월의 흐름에 온몸을 맡겨 보는 것. 바닷가 포구에서 거친 바람을 맞으며 살아가는 팽나무처럼 말이다.
-‘흔들려 봐야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 팽나무’ 중에서
기억에 남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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